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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김윤희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여행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각박한 도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일상을 벗어난 잠깐의 일탈을 위한 여행에 대한 욕망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답답하고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되는 그런 여행을 꿈꾸곤 한다. 물론 이런 저런 핑계로 모든걸 벗어 던지고 무작정 떠날 용기가 없기에 내가 꿈꾸던 여행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가족도 먹어 살려야 하고, 한참 자라는 아이와도 같이 있어야 하며, 지금까지 부모님께 못했던 효도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갑자기 바른 생활 사나이가 되는 듯 한데,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반 사람들은 그저 지금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박한 여행을 꿈꾸지 이 책의 저자처럼 목숨을 건 오지로의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이 책의 주인공이 이런 여행을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그것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시작한 여행을 내가 태어나던 해에 끝냈다는 게 인연이 된 듯 신기하며 읽는 내내 내가 여행이라도 하는 듯 들떠 있었다. 내가 태어난 날에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더욱 집중하여 유심히 읽었지만 그날에 대한 기록은 없어서 아쉬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이 책의 흡입력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는 홀로 그린란드를 출발해 개 썰매로 알래스카까지 그 머나먼 여행길을 완주했다. 아무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렇지 내가 보기에 그의 도전은 무모할 정도의 여행길을 성공했다. 국토 횡단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길에 죽어도 누가 찾지도 못할 그런 여행을 말이다. 여행을 하고자 목숨을 건다는 건 나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지 못하는 그만의 성취감이 있을 거라고 나름 생각하였다.
그는 2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그린란드, 캐나다, 알래스카 이누이트들과 친분을 쌓으며 여행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물론 그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이 여행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썰매를 끌어준 개들이 성공의 일등공신일 것이다. 저자도 말했듯이 여행을 하면서 개들과도 가족 이상의 끈끈한 정을 느꼈던 듯 하다. 그런 유대감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음 위에서 모든걸 해결하며 말처럼 쉽지 않은 12000킬로미터의 여행을 성공한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저자와 첫 여행길부터 같이했던 “안나”라는 이름의 썰매개가 잘 살았는지 궁금하다. 왠지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심취해서인지 오래 전부터 나와 함께 여행을 했던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명성이 있는 작가의 글처럼 감동이 전해지는 문구로 치장된 글도 베스트셀러 소설처럼 애절한 사랑이야기도 아니다. 한남자가 오지 여행을 통해 기록한 여행일지를 쓴 일기와도 같은 글이다. 그저 생사를 넘나드는 진솔함만이 묻어 있는 글이기에 더욱 감동이 전해지는 것 같다. 또한 여행지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정을 통해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내가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경험했던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어린 시절에 시골집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새록새록 느껴졌다. 단지 여행의 목적지와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내딛는 그의 발자취는 담은 글이지만 책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도 이와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빠져 들었다. 과연 모든걸 벗어 던지고 나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굳이 극지체험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나를 버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