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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반려동물로써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생각보다, 녀석들은 영리하고 사랑스런 동물이란 사실이다. 사람과 교감하려 애를 쓰는 녀석들을 보면서, 그들이 사람보다 하찮다는 생각은 교만한 마음이란 생각이 저절로 찾아온다. 그들을 정성껏 보살피다보면 나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도 종종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랑을 받으려 애교를 부리는 녀석들을 기껏이 안아주고 토닥여주다보면, 어느새 나의 생각도 ‘내 삶이 소중한 만큼 저 녀석들의 삶도 존중해줘야 해’라는 생각으로 차츰차츰 변화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는 더더욱 경외감을 갖게 된다면 무리한 이야기가 될까?
몇 년 전 중국 쓰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 10만 마리 두꺼비가 지진이 일어나기 3일 전에 대이동을 했다는 뉴스, 홍콩 신문 <빈과 일보>가 전한 소식을 접했을 때, 두꺼비가 사람보다 자연재해를 미리 아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놀라운 예지 능력이었다.
이 책을 통해 어떤 사실들을 알게 될까 책장을 술술 넘기며 호기심이 스물스물 내 어깨로 기어올라왔다. 때때로 편견에 사로잡힌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더 동물들은 영리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실제 경험에서, 뉴스에서, 각종 미디어에서 접한다. 그러나 나는 그냥 귓전으로 흘려보냈다. 쓰촨성 지진 때 두꺼비가 피신하는 것을 신고한 주민들에게, 담당공무원들은 무심히 '짝짓기 계절이라 그런다'고 대답했던 것처럼, 동물들의 내면적인 삶에 대해서는 인간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혹시 신경 쓰는 사람이 있다면 특이한 사고를 가졌거나 낭만적이거나 비과학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간주해버렸다.
그렇게 과학은 동물에 대한 모든 방법을 묵살하고 부인하며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치닫던 과학이 동물을 경이로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란다. 인간는 다른 종을 평가할 만큼 똑똑하다. 그러나 인간은 수백 가지 과학이 코웃음을 친 동물들에 대한 사실들을 경험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저자는 우리가 인간 중심적인 생각과 편견에서 어떻게(왜) 벗어날 수 있었는지 이원론(몸과 마음, 인간과 동물, 이성과 감정 사이의 이원론)으로부터 벗어나는 큰 그림을 외면해서 생긴 부작용 때문이다.
저자의 전문 분야는 영장류의 <행동과 인지>로 그동안 선봉에 서서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왔고, 이 분야는 다른 분야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법의 우물, 두 학파의 이야기, 인지 물결, 만물의 척도, 사회성 기술,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거울과 병, 진화인지”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그 주인공들 이야기와 저자의 개인적인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은 스스로 편견에 사로잡혀 동물의 관점에서 동물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인간의 관점으로 동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추측하고 이해해왔다. 동물의 세계를 이해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백 프로 이해할 수는 없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벌레 입장에서 세계를 그려놓은 소설 내용처럼, 인간은 벌레의 세계를 소설에서처럼 그렇게 잘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저자는 동물의 행동과 인지를 연구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사례들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동물들이 인간처럼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사례들, 프란여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짚을 미리 모아 준비하던 일, 리살라가 견과류를 깨먹기 위해 돌을 미리 준비하던 일,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에 묻어 겨울철 양식을 준비하는 일, ... 수많은 예들을 우리들에게 들려줄 때, 정말 동물을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삶에 대한 지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물이 장래 계획을 세우다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침팬지가 개미를 사냥하기 위해 최대 5가지 종류의 막대를 준비해간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은 호기심으로 꽉 차 있었다. 술술 책이 재미나지게 읽혔다. 현재의 필요와 욕망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예상되는 필요와 욕망을 따르는 덤불어치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우리는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라고 놀린다. 그런데 덤불어치의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우리들이 새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라라라라랄 흥얼거려지는 설렘으로 읽어가다가, 책 중간쯤에는 대장 수컷의 암컷을 얻기 위해 하루 전에 공작을 펼치는 젊은 침팬지 수컷 이야기가 나올 때는 벌떡 일어서는 호기심을 느꼈다. 연애 작업에 대한 지지를 받기 위해, 동료들 털을 골라주고 사교를 벌여 동지를 만들고, 그 다음날 발정난 암컷에게 다가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젊은 침팬지의 팃포탯 이야기, 포복절도했다.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침팬지들에게 사회성이 있다고 어렴풋하게 짐작은 했지만, 사람들과 비슷한 전략과 전술을 꾀하는 침팬지의 모습, 경이로운 발견이었다. 생각해보라. 다음날 여행경로를 알리는 오랄우탄 수컷의 울음소리! 당신은 과연 상상이나 하셨는지요?
이 책에는 잠시도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동물들이 나온다. 거울을 이용할 줄 아는 코끼리, 뚜껑을 꽉 돌려닫은 유리병에서 탈출하는 문어, 자신이 거미줄을 직접 흔들어 다른 거미를 유인해 잡어먹는 깡충거미, ... 동물의 <행동과 인지>에 대한 수많은 사례를 통해 나의 입은 딱 벌어졌다. “와, 정말 똑똑하다!”를 연발하며서 내 동공은 커다란 지진이 끝도 없이 일어났고 화산이 연신 폭팔하였다.
함께 공존해 살아가야할 지구! 인간의 소유물만이 아님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인정해야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할 나,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동물들의 사회를 동물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연습과 편견 깨트리기를, 이 책을 덮은 이후에도 나는 계속 진행시키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인간이 다른 종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과 인간의 복잡한 정신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씀을 영감으로 받으며 책장을 덮는다.
“서로 자기 종을 자랑하는 경쟁과 그것이 초래하는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