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 대중문화로 보는 박정희 시대
이영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생긴 것 중에 하나가 실권을 잡고 있는 정당들이 대부분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정당을, 어용단체를 동원하거나 혹은 실제적으로 매카시즘을 동원해서 정치적 반대세력을 음해하고 억압하는 정치를 펼쳤었다. 그런 과거 웃지 못 할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정권 장악하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를 미군정과 이승만이 도입한 이래 빨갱이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망발들을 함부로 사용하는 파렴치한들,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사물인터넷으로 세상은 점점 더 투명해져가는데 1950년대식 삽질을 하는 세력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한 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일만큼이나 원통한 사실도 없다. 통일하는 것보다 분단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국내외 이해상관이 있는 사람들 때문에 억지로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과연 누구를 위해 우리들은 종을 울리고 있을까? 그 많은 세금들을 국방비에 쏟아 부으면서 유지한 현실을 이용하여 정권을 차지하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독재자, 그 독재자의 잔재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이 나라를 괴롭힌다. 요즘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더더욱 그 독재자의 그늘이 두텁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남북 분단현실을 이용하는 정권을 잡은 자, 자신을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을 잡아가두고 탄압하였던 역사, 대중예술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강화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월북 작가의 작품이 빛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억이 났다. 내가 몸소 체험했던 그 사실 하나만도 분명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나라가 아니였음을 체험했으면서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기함을 할 정도로 철저한 계산 하에 정치탄압을 일삼았던 독재자들, 소름이 끼쳤다.

 

립스틱이 화려해지고 치마길이가 짧아졌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을 정교하게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대중예술의 변화가 관련되어 있다고 간단하게 말하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IMF 불황이던 1998년 여름, 짧은 치마와 화려한 립스틱은커녕 성직자들이나 입을 법한 긴치마와 진회색이 유행했다.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말이 떠돌던 그때, 국민들의 사회심리는 1990년대 초반 소비과잉과 욕망 분출에 대한 반성과 반작용으로 기울었다. 이처럼 사회심리와 대중예술, 대중문화의 변화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불황에는 짧은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말이 상업적인 수단으로 일부 상인들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했던 미니스커트가 기억났다. 마치 빼빼로데이처럼... 그렇게 인식하고 나는 그냥 넘어갔는데, 저자는 그것을 문제의식을 갖고 그 현상을 관찰했다. ‘어쩌면 이렇게 딱딱 들어맞지?“라 감탄과 탄식을 하며 대중문화를 바라보지 말고, 대중예술의 유행과 인기 변화가 정치사적 변화와 맞물려 나타났다는 것을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며 깨달았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6·25전쟁,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 2017년 현재까지 정권을 잡는 사람에 따라서 유행하는 노래가 달라지던 우리나라 음악사, 이 대중예술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때 노래가 해방되면서 6.25를 겪으면서 가사만 바꾸어 군가로 둔갑해서 장병들에게 불리기도 하고, 또 가사만 바꾸어 일반가요로 불리기도 하는 동안을 거쳐, 신파노래가 유행하던 1960년대를 거쳐 포크가 유행하고 그 포크가 1970년대 후반 민중가요로 불리어져 오늘날까지 음악의 역사는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 하였다. 정권의 눈에 거슬린 노래들은 인정사정없이 찍어내려 금지곡으로 만들던 시절들에 새삼 놀랐다. 대중예술 중에 가장 먼저 새로운 청년문화의 흐름이 반영되던 대중가요, 그 다음 영화가 뒤따라 흐름을 받았던 이유는, 노래는 만들기 단순해서 짧은 시간에 빨리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따라잡았지만, 영화는 시나리오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복잡한 시스템과 노련한 기술의 수련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빠르게 새로운 청년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가요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 TV드라마는 대중가요나 영화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단다. 대부분 방송국들은 국민을 계도한다는 미명아래 보수적이었다. 정권에 의해 철저히 통제를 받는 동안, 새로운 청년문화는 완전히 배제된 채, 안방 드라마를 좋아하는 노인들과 가정주부, 그들과 함께하는 초등학생들까지 합쳐 어마무시한 시청자를 확보해, 국민드라마라고 불리어져도 그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상 청년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과 TV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절대적 숫자에 밀렸기 때문에 TV에서는 청년문화가 완전 배제한 상태라해도 당시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던 것 같다.

 

박정희가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 긴급조치와 유신헌법을 때리며 청년문화의 향유자, 대학생 및 지식인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면서, 가장 만만한 대중가요를 금지시키고, 춤추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대마초로 굴비 엮듯 대학생들 및 지식인들, 예술인들을 잡아 가두기 시작했다. 그 중 인혁당사건 같은 무시무시한 정치적 탄압까지 하던 박정희, 쿠데타로 잡은 정권을 마치 자기가 제왕인양 반영구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림하려던, 그의 영향을 박근혜 대통령 받았던 것일까? 무소불휘로 휘두르는 제왕적 권력 남용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멍들고 착하게 사는 국민들이 그녀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을 하는 지금,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313일 박근혜가 탄핵 인용될 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짙은 먹구름이 덮여 있던 대한민국에 연민의 감정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다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희생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느님만이 아실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1950~1970년대 후반까지 독재자들이 만든 망령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대중예술, 그동안 유린당한 대중의 정신과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져 가슴이 답답하다. 부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좋은 일들만 앞으로 있으라. 공과 사를 가리는 반듯한 대통령을 뽑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리고픈 마음,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 마지막 장을 덮는다.

 

누구든 대한민국 국민이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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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ss 2022-09-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장황하게 쓰시느라 노력은 크셨지만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는 호남이라는 협소한
배타적 지역특성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