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도시적인 삶 -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황두진 글.사진 / 반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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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도시적인 삶

 

 

 

<<가장 도시적인 사람>>이란 책 제목을 처음 대하는 순간, 여러 가지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세련되고 눈부신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깔끔한 신사의 아침 출근길이 펼쳐지는가 하면, 삼푸 냄새 풀풀 날리며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로 출근길을 알리는 옆집 아가씨의 부지런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아침 출근길 버스나 전철을 타려고 서 있는 행렬이 더 많이 떠오른다. 물론 높다란 빌딩들이 숲을 이룬 도심 복판이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통유리 저 너머로 긴 머그컵을 두 손으로 깜싸 들고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는 향긋한 향을 음미하듯 창가를 서성이며 재잘거리는 아침 햇살도 무시를 못하겠다.

 

이 책이 말하는 도시적인 삶은 무엇을 어떤 삶일까? 궁금해 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인터넷에서 무지개떡을 검색해보았다. 내가 알고 있던 그 알록달록한 그 시루떡이라니, 건축을 그렇게 비유한 것에 삶의 철학이 느껴진다.

 

알뜰신잡에서 저자가 자세히 소개했다는데 나는 볼 기회가 아직 없어서, 무지개떡건축이란 말이 궁금한 채로 책장을 펼쳤다. ‘단독형 무지개떡 건축, 단지 결합형 무지개떡 건축, 시장 결합형 무지개 건축, 해외 도시의 무지개떡 건축, 부록’, 이렇게 이 책은 5part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기 위해 도시로 유입되어 정책해 사는 도시 인구가 우리나라는 약 92% 정도나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 교육의 문제, 생활의 편리성, 문화적 혜택 등등 많은 이유로 도시에 살지만, 언젠가는 시골로 가서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꿈들을 꾼다. 사실 도시에서 사는 것 자체가 너무 정서적으로 너무 각박하고 삭막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도시를 버리고 떠난다면 이 도시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다시 돌아보고 그 도시를 보듬고 재탄생해서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머릿속에 남아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버리고 시골로 내려갈 것이 아니라, 이 도시에 시골생활 못지않게 가꾸면 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해왔더랬다.

 

어젠가 문득 내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출근하다가 우연히 찬찬히 외관을 구경하게 되었다. 뭐 새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고 구경을 하게 된 것은 아닌데, 건물 디자인이 예쁘다는 생각과 한 가지 더 하게 된 생각은 옥상에 푸르른 정원이 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아도 소나무 숲이 검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옥상에 좀 올라가봐야지 하면서 아직 올라가보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무실 건물위에도 정원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도시는 늘 삭막한 곳, 너무나 드라이해서 언젠가는 정서가 촉촉하고 인심이 푸운한 시골로 이사 갈 거야, 담 없이 이웃과 넘나들며 정을 나누는 그런 전원생활을 꿈꾸던 나에게 이 책은 또 다른 도시를 꿈꾸게 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전통시장을 저자는 예로 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시장도 살고 도시민도 살 수 있을까? 그 해법으로 저자는 그 시장에 사람을 살게 만들자고 한다. 사람도 살고, 전통시장도 함께 살아나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예리한 저자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은 상권 안에 사람을 상권과 함께 살게 주거형태를 처음부터 만들어 우리나라처럼 전통시장 죽어가는 문제점이 없단다. 직장과 집, 편의시설이 적절하게 갖추어진 동네를 이루도록,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밀도가 있는 건물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양식, 도시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한 주거의 필수조건을 만족시키는 건축이 무지개떡 건축 핵심이란다. 도시를 살리면서 삶터와 일터, 거리와 건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곳, 서로 따스한 정을 나누며 소통하는 곳으로 도시를 만든다면 우리가 시골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소망, 이 소망이 조금은 발길이 달라지지 않을까?

 

지금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대부분 단일 용도인 주거형태로 지어졌다. 도시의 기본 밀도를 유지하면서 거기다가 복합기능을 함께 불어넣어 거리에 활력을 만들고 상주인구와 유동인구의 적절한 균형을 확보하며 경제적으로 순환하는 도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시도를 한 것이 상가아파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가구를 지어놓고 월세나 꼬박꼬박 받는 사람에게 이런 도시에 대한 거대한 꿈은 없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 이젠 바꾸어야할 때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했다. 내가 사는 마을 이제 숨통을 튀어주려면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서야할 때란 생각이 든다.

옥상에 정원을 만들고, 화단에 나무와 꽃을 심고, 이런 작은 일부터 우리들은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 정원에 작은 꽃을 심으며 나는 이웃과의 대화, 이런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할 때라 생각한다.

 

담을 허물어 상가로 통하고 버스정류장이나 역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지는 그런 모습들을 종종 만날 때, 숨통은 이렇게 해서 트이는구나 생각한 적, 우리들은 가끔 도시에서 살면서 느낀다. 어떤 건축은 이 도로와 저 도로를 연결해주기 위해 1층을 기둥으로 확 트이게 지어, 사람들의 이동을 도우면서 거리를 활기에 넘치게 하는 건물들을 만날 때면, 건축가나, 건물주가 트인 사람이구나 생각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건축에도 삶의 철학이 담기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지개떡 건축은 그야말로 사람들이나 건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사랑이 담긴 건축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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