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한 기억을 지우라 - 잊혀질 권리 vs 언론의 자유 방송문화진흥총서 165
구본권 지음 / 풀빛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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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기억을 지우라

 

 

처음 책 제목을 볼 때는 참 특이하다 생각했다. 왜 이런 주제로 책을 저자는 쓰셨을까? 궁금해서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반 사람들도 많이 인터넷 매체를 사용해 열린 장터, 프리마켓, 아나바다시장, 벼룩시장에서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를 하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15년 전만 해도 그런 벼룩시장에 대해 별로 익숙지 않았다. 유아용품 중고 리사이클 판매 사이트에서 물건을 하나 2000원에 팔았다. 사용 흔적이 많아서 딸아이에게 주려고 파랗게 예쁘게 칠해놓았는데, 아직 아이가 어려서 탈수가 없어, 락카비용과 택배포장비 2000원만 받고 팔았다. 당연히 그 기구를 타고 다니다보면 라카가 베껴졌을 것이다. 그것을 받았던 사용자가 육아사이트에 나를 사기꾼으로 올려서, 졸지에 사기꾼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선의가 악의가 되는 것은 순식간였다.

 

사실 그때 남편이 직장을 실직해서 아이 우유값 마저도 어려웠던 시절이여서, 온라인 마켓팅을 배우느라 이 물건 저 물건 팔아보는 공부를 하던 시절였는데, 그때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그때 여러 사람이 신상털기를 하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황당했다. 지금은 온라인 마켓이 너무나 자유로워 너도 나도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리사이클 사이트가 많았지만, 그때만 해도 중고물품을 모아 팔면 이상한 사람이 되던 시절이라... 죄인 아닌 죄인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나는 해명을 하였지만 그 사이트뿐만 아니라 모든 육아 사이트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던 아픈 과거가 있었다. 단돈 2000원 때문에... ㅠㅠ 때때로 나처럼 그렇게 억울한 사람들이 종종 사이버 상에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가슴을 열고 따스하게 보듬어 주었더라면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서로 남아 있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 기억이 울컥 올라와 눈물 한 방울 흘렸다. 조기명퇴를 해야 했던 기가 막힌 그 시대, 아이의 우유 값을 벌기 위해 집안에 팔 수 있는 물건들이 있다면 죄다 내다팔던 그 시절, 그런 나쁜 기억도 있었지만, 조금은 부족하지만 나눠주려던 사람들이 내 물건을 사줘서 나는 아이의 우유를 무사히 살 수 있었다. 빗물이 줄줄 새어 곰팡이 꽃이 시커멓게 벽지를 도배하던 그 시절, 암담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살 수 있었다. 그때 배가 고파 보채던 아이가 이제 중2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 그 사이트에 남아 있던 불명예스런 나에 대한 기록... 사라졌을까? 생각할수록 나는 사이버에서 정말 잊히고 싶었다. 그 벌떼처럼 댓글을 달아 나를 못된 사기꾼으로 몰고 가던 그 사람들, 그때는 왜 그렇게 대범하게 나를 변호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무서워서 벌벌 떨며 가슴에 깊은 상처를 받던 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 그 트라우마가 치유 되는 것 같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언론중재를 요청하던지,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 명예회복을 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나의 무지가 안타깝다. 2000원 사실, 그 장난감 손질하고 깨끗이 닦고 한 인건비만 해도 2000원이 넘었다. 그런데 나는 2000원 가치 이상 되는 물건을 팔았는데도 불구하고, 창졸간에 사기꾼으로 몰렸던 씁쓸한 기억, 그때 명예훼손을 알았다면, 아마 나는 명예훼손으로 그를 고발했을 것이다. 그 사이트 관리자에게 그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그는 나를 돕지 않았다. 갑과 을의 관계였다. 내 이름으로 도저히 그 사이트를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지경까지 갔다. 너무 황당했다. 그때부터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어떤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은 없나...생각해왔다.

 

그 후, 내 컴퓨터에 온갖 스팸메일이 오는가 하면, 내 전화기에 온갖 스팸메일이나 보이스피싱 전화가 올 때, 도대체 어디에서 내 정보를 알아서 이런 것들을 보낼까 궁금했다. 정말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개인의 사적인 정보 유출이 심하다.

인터넷 사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털려버린 신상 정보, 언론 매체를 통해 알게 모르게 나의 얼굴과 이름이 올라갔을 때, 그 반대 입장으로 찍히고 올려진 당사자는 얼마나 황당할까? 블로그, 카페에 있는 글과 사진들이 빅데이터화 되어서 낱낱이 세상에 공개될 때, 이것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저 혼자 사생활로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커다란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잊힐 권리는 유명인이나 공인처럼 미디어에 노출되는 사람들이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만 고려할 사안이 아니라 생각한다. 인공위성이 스마트폰으로 내가 가는 곳을 추적한다는 것은 결국 나는 어디를 가던 내 사적인 사생활이 다 노출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자유스럽게 감시받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

 

그래서 요즘 일부러 전화기를 꺼놓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싶다. 누구에게 감시받으며 사는 삶은 정말 인갑답지 않은 삶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를 이쯤에서 우리들의 삶에 대해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인권을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이젠 남이야기가 아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 인류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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