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와 나무 -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와 나무 인문학자의 아주 특별한 나무 체험
고규홍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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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와 나무

 

 

겉표지 <<슈베르트와 나무>>란 제목에 눈에 확 들어온다. 작가는 왜 이런 제목을 썼을까? 음악적인 내용이 나오는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눈 먼 김예지와 안내견 찬미 이름이 나올 때, 또 능소화가 나올 때 그 집 대문 앞에 서서 나는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관찰한다.

 

우리가 시작으로 능소화를 관찰한다면, 반면 김예지는 코로 능소화 향기를 느끼었다. 오이와 비슷한 향기가 난다는 그녀, 코와 귀와 손으로 관찰을 한다. 능소화 꽃을 만지면서 통꽃인 꽃잎을 5장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렇다. 우리는 때때로 잘못 이해하고 말할 수 있다. 두 눈을 멀쩡이 떴어도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김예지와 능소화, 그리고 찬미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언제나 의지하면서 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을 눈치 채야했다. 안내견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김예지, 담장이나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사는 능소화

참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김예지 피아니스트와 우리는 서로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나무 앞까지만 이끌어, 간단히 나무에 대해 소개하고 그녀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무를 탐색하는 동안, 작가는 그저 바라보며, 그녀가 어떻게 탐색하던 나름의 방식대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하는 동안 느끼도록 했다.

 

<무엇인가 만진다는 것은 관심이고 사랑이다>란 제목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앤서니 도어의 장편소설 <<우리 모두 볼 수 없는 모든 빛>>을 저자는 언급하는데, 그 소설 속 주인인 맹인 소녀와 소녀를 전쟁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훈련시킨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 소설에서 맹인 소녀가 전쟁을 겪어나가는 과정 김예지와 나무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애매모호함으 풀어주는 실마리가 되었단다. 그 소설 속 맹인 소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 놓은 마을 미니어처를 만지면서 아버지 사랑을 깨달았다. 소녀는 말했다. 사랑은 만지는 거시라고 ...

 

김예지는 현대 과학이 지시하는 관찰법과는 다른 그녀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혹은 세상의 자연물과 더 깊이 소통했다. 저자는 김예지를 통해 깨달은 바가 크다. 절대 감각을 내려놓으니 다른 감각들 모두가 평등하게 일어나 아우성친다. 시각장애인 김예지는 다른 감각을 나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내게는 절대적인 시각이 오히려 후가, 청각, 촉각, 미각에 장애를 초래했을 수 있다. 저자는 시각만 온전하달 뿐이지 다른 감각들에서 장애를 가진 건 외려 나였다는 깨우침이다. 온전한 건 시각 하나이건만, 그나마 안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세상 그 무엇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고, 나이 들고부터 가까이 있는 사물조차 구별하기 힘들어 두어 개의 안경을 번갈아 얼굴에 걸쳐야 한다.

 

저자는 그녀를 통해 누가 누구를 치유하고 치유 받고 가 아니라, 시각 바탕으로 한 나무공부를 그녀에게 들려주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었다. 어쩌면 내가 그녀의 느낌에 귀 기울여야 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이야기를 술술 읽어가는 동안, 내 프로그램에 동참하였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자존감 낮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해야 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이들이 점차 표정이 밝아지고 발표력이 늘어나면서 당당하게 변해가는 모습에 따라 나도 당당해지고 밝아지는 내 모습을 겪으면서, 그때 누가 누구를 치유해? 그건 아니구나 오히려 내가 아이들을 통해 치유되고 성장해가는구나 생각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또 한 차례 마음이 치유되고 성장해감을 느꼈다. 유려한 저자의 문체에 내 마음의 강물이 감동으로 여울지며 흐르는 것을 발견한다. 때때로 밑줄치고 좋은 문장은 베껴가면서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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