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숨 쉴 틈 - 인생의 길을 잃은 여자, 인생의 끝에 선 노인을 만나다
박소연(하늘샘) 지음, 양수리 할아버지 그림 / 베프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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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숨 쉴 틈

 

 

 

 

 

 

여자의 숨 쉴 틈이란 제목을 읽으면서, 여자가 숨을 쉴 수 없었구나, 여자, 여자라 중얼거리면서 정면으로 여자라는 이름표를 단 나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반가움으로 책장을 넘긴다. 엄마로, 아내로, 사업가로, 며느리로, 딸로 살아오면서 한 겹, 두 겹 껴입었던 갑옷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이 땅의 여자, 아니 이 지구의 여자로 태어나면 누구나 겪을 일이지만, 마음이 약해져 있는 여인에게는 버겁고 서러운 무겔 느꼈을 텐데, 그래 누가 위로 해주나? 같은 여자가 공감하고 위로의 말로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어야지, 이런 말을 건네오는 것 같아 책장을 단숨에 넘겨간다.

 

이 책은 구성은 “1장 나, = 돌보지 않은 날들, 나조차도 돌보지 않는 날들, 2장 여자, 사랑 여자의 숨 쉴 틈, 3장 엄마, 가족 꽃병에는 꽃무늬가 없다으로 되어 있다.

 

아이들이 먹다 남은 밥, 반찬들을 양푼에 쏟아붓고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여자, 식구들이 다 나간 후 집안 청소, 빨래등 식구들 치다꺼리 하다가 지쳐 한잠 자고나면 저녁 준비를 해야하고, 저녁 먹고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면 혼자 덩그마니 TV 좀 보다가 잠자리에 들어 하루를 마치는 여자의 하루, 참 쓸쓸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사소해서 존재감이 없는 여자의 하루, 그런 삶이 이 책에는 수두룩하게 나온다.

 

오래간만에 횟집으로 외식을 식구들끼리 가도, 자식들 챙기느라 부모는 제대로 회 한첨 먹기가 바쁘다. 그저 회접시 옆에 주점부리 반찬에만 입질을 할뿐, 그런 부모의 마음을 자식을 키워봐야 내 부모가 이랬구나 깨닫는다. 그래서 오늘은 할머니 할아버지 먼저 드시고 그 다음 엄마 아빠 드시고 그 다음 너희들 먹어라 한다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을 때는 박장대소했다. 나도 앞으로 우리 딸에게 그래야겠구나.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 집에 오면 설거지부터 빨래, 방청소까지 하고 나면 그냥 저녁도 먹기 싫을 정도로 피곤해져서 방에 들어가 쓰러져 자는 내 모습 같아서 이 책에 나오는 여인의 마음이 공감이 되어서 끝까지 술술 읽어버렸다.

 

일과 가사일의 무게를 슬슬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잔 꾀를 내기 시작했다. 설거지가 밀리면서 큰 들통을 사다가 물을 가득 채우고 그릇을 담그고 뚜겅을 닫아놓으라 아이와 남편에게 시키고, 이틀에 한 번씩 몰아서 설걷이를 하고, 빨래통을 큰 것을 두어서너개 놓고 빨래를 불리해서 담아 금한 것은 니들이 알아서 돌리라고 하고, 집안이 어질러져도 조금 태연하게 날잡아 청소하는 걸로 하면서부터 조금씩 내가 쉴수 있는 시간들이 생겼다. 책도 보고, 독후감도 쓰고, 조슴씩 내 시간이 생기면서 나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숨 쉴 틈을 찾았다.

 

당연하게 엄마가 해줘야 한다는 것에서, 이젠 니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니들이 해, 남편에게도 내가 없고 밥이 없으면 밥 정도는 좀 하고, 당신 빨래는 당신이 좀 세탁기에 돌려요.”라 속에 있는 말을 하던 날은 정말 속이 시원했다. 그 후 나는 빨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내 숨통을 터놔줘야지 남편이나 아이가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로서 내가 느끼던 어려움, 숨막힘, 외로움들이 다 묻어나서 솔직히 눈물을 흘리던 날도 있었다. 같은 여성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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