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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평점 :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초등학교 방학 때 읽었던 '나비'라는 소설을 읽은 이후 그의 작품을 가끔씩 들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책을 멀리했던 걸 생각하면 그만큼 유명한 작가였다는 것을 역설한다. 헤세의 문장은 주옥같은 것이 워낙 많아서 따로 엮은 책들도 많다. 헤세는 뛰어난 소설가로서만이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문학의 장인이었다. 나 같은 독자가 소비하는 작품을 생산하는 입장의 헤세가 책에 대해 가진 생각들을 나눈다니 호기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책 쓰는 사람이 많은 요즘, 이구동성으로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유명한 작가들도 그러하니 당연히 헤세도 다독가였으리라. 그런 헤세가 독서에서 시작해 책에 역학적으로 얽힌 모든 이들과 시스템을 비판하고 나섰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독서라고 답해왔다. 고상해 보이는 느낌도 들지만 시간 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고 즐기는 게 약간의 소음이나 음악이 있는 공간에 책 읽는 것이니 있어 보이려고 하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헤세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재미로 읽든 가볍게 읽든 시간을 들이는 것인데 많이 읽은 만큼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써놓고 남는 것은 없다. 마치 어떤 날 보고 웃고 넘어가 다시 안 보며 기억에서 사라지는 유튜브 영상과 다를 게 없다. 실제로 고상한 취미로 독서하는 사람, 가벼운 교양 수준의 지식만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헤세는 못마땅하다. 독서도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혼을 담아 쓴 작품을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
책의 정수를 담으려면 집중해야 한다. 긴장하고 임해야 할 독서를 긴장을 풀 목적으로 하는 것은 거꾸로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경제를 배우고 싶어서, 심리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러나 너무 어렵게 말고 쉽고 재밌게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 읽은 책이 많다. 차차 호기심이 생겨서 깊이 공부하게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 착오였다. 정말 파고들고 싶다면 가리지 않고 읽게 된다. 경험상으로도 그랬다. 최근에도 직무 관련해서 앞으로 맡을 일을 대비해 배워두어야겠다 싶으니 교양 수준을 따지지 않게 된다. 논픽션이든 픽션이든 마찬가지다. 소설은 그저 한번 재밌든 감동을 받든 소비하면 끝인 줄 알았다. 작가가 만든 세계로 삶이 투영되고 확장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것이든 갈망하던 것을 만족시켜서 사로잡히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매료되는 것은 곧 몰입한다는 것이고, 괴로운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어서 쾌감이나 황홀함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몰입 자체가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창작이든 아니든 작가가 가진 많은 것이 압축되어 담긴 것이 책이다. 요즘같이 너도나도 책을 쓰기 쉬워지면서 질 나쁜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독서의 질은 책이 아닌 독자에 의해 결정된다. 진지하게 임하여 질 좋은 독서가 쌓이면 책의 수준에 상관없이 우수한 통찰을 얻게 된다. 어떤 것이든 명확하게 보이고 자신감이 넘칠 것 같다. 확신하는 이유는 읽는 내내 헤세의 문체에서 그걸 느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들었던 생각에 귀 기울여야겠다. 독서의 양과 책 읽은 사람으로서 보이는 것에 내심 신경 쓴 것을 멈추고, 천천히 한 권이라도 양질의 독서를 해야겠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