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나무의 기본적인 물성은 양 이다. 나무는 빛을받고 자란 덕에 양의 기운이 가득하다. 내장목수 작업장에 들어가면 산뜻하고 따뜻한 나무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다. 틀림없는 양기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내장목수 따라 일할 땐 어쩐지몸도 마음도 가벼운 느낌이었다.
양의 기운이 가득한 나무는 다듬을수록 부드러워진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부드러움은 철의 매끈함과 또 다른 질감이다. 샌딩기(나무 표면 갈아내는 전동공구)로 곱게 갈아낸 나무를 만지면 ‘아~‘
하고 느낄 수 있을 거다. 나무 속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또, 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단단해진다. 나는 이걸 깊어지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말하자면 나무는 뿌리가 뽑히고, 밑동이 잘려도 죽는 게 아니라 자연과 조화하면서 거듭나는 거다. 이것 또한 분명 양기의 흐름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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