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는 따뜻하게 먹습니다 - 부담 없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채소 레시피 65
쓰쓰미 히토미 지음, 이은정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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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일본 음식 문화에 관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채소에 관한 이야기인데, 적어도 채소를 보다 쉽고 다채롭게 다루는 일본식 조리법에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

일본 요리사가 들려 주는, 112개의 채소 요리 레시피. 채소에 관한 책이라 해서 오직 채소만을 활용한 레시피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육류, 해산물 등 여타 재료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익혀 먹는 채소'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요리의 무게중심만큼은 확실히 채소에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걸쭉함이 채소를 맛있게 한다>는 파트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저자는 걸쭉함이 채소를 먹음직스럽고 먹기 좋게 만든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걸쭉한 채소 요리는 몸에도 한결 좋다고. 책에서는 녹말가루의 활용이 다채롭게 소개되는데, 우리의 경우 쌀뜨물이 그 역할에 준할까 싶었다. 국물이 들뜨고 왠지 따로 노는 느낌이 들 때, 쌀뜨물을 풀면 국물이 톱톱해지면서 재료와 부드럽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재료 자체의 끈적함을 살리면 우유, 두유, 생크림 등을 쓰지 않고도 쉽게 수프가 된다는 포인트도 신선했다. 연근, 아보카도가 좋은 예다. 다만 일본 요리에서는 마, 토란, 대파 등 무틴(끈적거리는 점액 성분)함유가 높은 채소의 활용도가 높은데, 이러한 채소를 사용한 레시피를 좀 더 다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손질에는 품이 많이 들면서도 조리는 단순하고, 그러면서도 결과는 틀림 없이 만족스러운 것이 채소 요리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채소의 세계란 광대해서, 아직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다. (책에 소개 된, 경수채, 파드득나물, 나도팽나무버섯...솔직히 처음 들어 본 것들이다.)

삶이 막연하고 막막할 땐 주저함 없이 요리책을 펼쳐 든다. 그 안에는 삶을 살리고 기운을 돋우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니까. 재료의 맛과 질감과 향미에 취해 미각의 세계를 한참이나 서성인다. 그러다 책장을 덮고 나면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다시금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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