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도시 3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아시아편 한 달에 한 도시 3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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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그 일은 나에게 참 쉬운 일이었다.
무언가를 알아보고 계획하고 준비하고 뛰어드는 것에 점점 흥미를 잃어버렸다.
여행이 꼭 필요할까? 밖은 너무 덥거나 춥고 집 안은 이렇데 달콤하다.
내가 정말 집순이라는걸 일기를 쓰면서 더 깨닫게 된다.
읽은 책, 본 영화, 갔다 온 장소를 간단히 기록하는 형식으로 일기를 쓰는데, 정말 한결같다.
책으로 간접 경험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것.
그리고 그 익숙함은 내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묘한 기분을 안겨준다.

이 책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남자와 여자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한 달의 한 도시씩 여행하기로 계획한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건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실천했다.)
재미있는건 남자와 여자의 성향이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다.
여자의 시원하고 즉흥적인 성격이 읽는 나와도 정반대여서 더 좋았다.

둘의 첫 여행지는 터키 이스탄불이었다.
작년에 내가 다녀온 곳이라 더욱 반가운 마음에 처음부터 집중해서 읽었다. 
터키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이야기보다는 가족 이야기가 눈에 띄인다.
첫 여행지에서 여자의 성격이 낱낱이 공개되는데(?) 시부모님이 있어도 자유롭게 독서를하고 
억지로 웃거나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다.
(이상하게 보인다는건 그만큼 시댁 식구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 때문)
하지만 남자가 부모님과 싸우면 얼른 화해시키며 행동할때는 행동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습은 여행을 하면서 선택하는 순간 마다 나타난다.
히말라야 여행  6일 차에 갑작스럽게 건강이 나빠진 남자를 하산시키기로 결정하고, 쉴 때는 호텔에서
돈의 맛을 음미하며 쉬기도 하며 상황과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해나간다.

이렇게 다르지만 함께 여행하며 닮아가는 여자와 남자.
히말라야 8일 차 카트만두에 도착하자마자 이 도시와 친해질 수 없을 거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던 것과
달리 여행을 마칠무렵 살갑고 다정한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 마음이 바라보는대로 세상은 움직이고 나는 그 속에 살고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이들은 특별히 나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경계하고 조심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하나같이 좋은 사람들이다.
여자와 남자가 좋은 사람이고, 이들의 여행이 만나는 이들에게 아름답고 큰 도전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남자는 여자에게 말한다.

은덕,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언어가 아닐까 싶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기회와 인연들.
나는 남자처럼 영어에도 중국어에도 영 소질이 없지만, 이 말이 참 와닿는다.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문화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았지만, 따뜻했다.
표지에서 그들이 보이는 호탕한 웃음처럼 여행 내내 즐겁고 신나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마음에 든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여행 책을 읽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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