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을때는 , 습관처럼 책의 끝자락에 써있는 작가의 말을 꼭 먼저 펼쳐들게 한다.
가끔씩 책의 결말이나 느낌을 알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때는 괘씸하기도 하지만, 어떤 연유로 시작하여, 여유있는 마지막 호흡을 느끼며 읽기 시작한다. 작가가 말한 책을 쓰는 내내 느꼈던 감정이, 책에는 이런부분으로 닿았구나, 이부분에선 참 힘들어 마지막엔 그런 말을 했겠지 하며 작가의 마음을 , 흔적을 , 찾아보며 묘한 공감과 활 로 나눈 감정이상의소통을 느끼곤 한다. 그게 전혀 작가가 원한 의도와 엉뚱하게 흘러간다해도 ,말이다.
내가 의도한건 그게 아니였다고, 작가가 알면 꾸짖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소설로 나온이상 결말과 그 이상의 감정은,엄연한 독자의 몫이니깐..
사방에서 새벽빛이 툭툭, 터진다 . 눈이시다 라고 시작되는 그녀의 첫문장에 새벽빛이 느껴졌다.
그리곤 그녀는 첫문장을 들어가기 전 새벽세시에 깨어나 아침 아홉시 까지 이 책을 써내려가기로 약속했다 했다.
그래서인지 책속의 화자들이 새벽 거리를 거닐고, 새벽시간에 서로를 찾아다니고, 새벽에 내리를 눈과 빗소리를 듣는 풍경이 잦은건 그녀가 작품을 쓰고 있는 시간의 영향일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약속들이 그녀의 입을 타고 나와 또박또박 음성으로 내고 있는것처럼 느껴졌다.
우연찮게도, 내가 그말을 보고 있을때도 이른 새벽이였는데, 새벽빛을 닮을것같은 이책을 되도록이면 이른새벽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을거라 작은 다짐을 했던것도 같다.
하루하루 마주하는 새벽의 느낌을 다 달랐다 . 창가에 내리앉는 아침햇살도, 싱그러운 소리를 내는 나무의 흐드러짐도 매번, 다른 색으로 변했다.
모두 다른 삶을 가진것 같지만, 현실과 시대의 아픔속에 , 그속을 통과하는 혼돈과 아픔의 과정을 보내고 있는 그들을 써내려가던,그들의 발자욱을 따라가던 작가의 새벽녁도 이렇게 때론 찬란하게 ,때론 가슴시립게 다가왔겠지
상실의 허무속에도 새살처럼 어느새 비집고 움틀어 돋아나는 삶의 희망.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낼수 밖에 없었던 아픔,그리고 그들을 지키지 못했던것 같은..그때 난무엇을 했었던가 하는 자책속에서도 네명의 청춘은 걷고 또 걷고 마주하고 바라본다. 보는 내내 이렇게 어려울수 밖에 ,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수 밖에 없는가 하며 안타까워 했지만 책에 끝자락엔, 언,젠,가,는 이란 말로 어느덧 그들을 위로하게 되고 , 우리의 젊음을 기억하게 되고, 상실과 고독을 가슴으로 어루만져준다.
언.젠.가.는 이란 말이 이토록 한자한자 또렷하고 희망적이였던가 .
자분자분 하지만, 흐트러짐이 없을것 같은 그러나 편안한 표정으로 ..그녀가 입을 통해 말해주고 있는것 같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그런 그녀와 참 많이도 닮은것 같다. 언제나 그녀의 책은 긴 여운이 또렷하게 자리한다.
인간은 불완전해 . 어떤 명언이나 교훈으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 복잡한 존재지. 그때 나는 뭘 했던가?하는 자책이 일생동안 따나라닐걸세.그림자처럼 말이내. 사랑한 것일수록 더 그럴거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절망할줄 모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 그절망에 자네들 영혼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라네 .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꼐 해주어 고마웠네 . 슬퍼하지 말게. 모든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 거기엔 별이 있어 . 별은 우리가 바라볼때도 잊고 있을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사람 한사람 이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함께 공유하면 상처가 치유될까.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그때로부터 마음이 멀어지길. 바래진 상처를 딛고 다른 시간 속으로 한 발짝 나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