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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블랜드라는 여성과 앤시니아라는 경찰관과의 대화로 시작해서,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발생하는 오류 3가지를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처음의 사례에 적용하며 마무리 짓는다.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시작해서 과연 이 사건의 내막에는 어떤 일이 있는 건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독자로 하여금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세 가지 오류에 대해 요약하자면, 진실기본값 이론은 상대방이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놓고 거짓말하는 스파이를 몇 년 동안 눈치채지 못한다.
다음으로 투명성 가정의 실패는 내면(불안함)과 태도(말을 더듬는)가 불일치할 때 진실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며 불안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쉽게 알아낼 수 있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초조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보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오해한다.
마지막으로 결합의 파괴는 금문교의 예를 들며 금문교에서 자살 행위가 많이 일어나는데 80년도 더 지난 뒤에 자살방지 구조물이 설치되었다고 말한다. 구조물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살할 사람들은 구조물을 설치해도 다른 방법으로 자살할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살하려는 결심과 그 특정한 다리가 결합되어야만 자살행위가 일어난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돼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는데 세 가지 오류에 대해 알아가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빠르게 읽혔다.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라는 상황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중간쯤 읽으니 어느 순간 몰입해서 읽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을 완독하고 나서도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똑같은 오류를 범하겠지만 이러한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그의 말과 행동에만 집중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 사람이 어떤 세상에서 살아왔고 어떤 세상으로 가려 하는가도 봐야 한다. / 10p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75p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해 아무런 의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믿음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한 의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 107p
우리는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탐색에 실제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 3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