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별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게 4년 전이라 이 책이 와닿지 않았어요. 이별 직후에 읽었더라면 눈물을 흘리며 폭풍 공감했을 텐데..숱한 이별을 경험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읽어봤어요. 이별을 하면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던 것 같아요. 지쳐서 포기하고 이별을 고하고 친구들에게 욕도 실컷 하고 그러다 보면 무뎌지고 어느새 기억이 미화되어 나빴던 일은 흐려지고 좋았던 기억은 흔적을 조금 남긴 채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어요. 좋았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면 그 시절의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나 봐요. 그래도 한때 좋아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먹다 남은 과자 봉지를 찾듯내게 그의 이야기를 내어놓길 바라는 이들이 있다.결말이야 어찌 되었든내게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기억,소중한 사람이었다.적어도 당신이 내게가십과 심심풀이로 찾아서는 안 되는.예전에는 친구가 헤어졌다고 하면 당연히 그 이유를 물어봤어요. 제가 헤어졌을 때도 친구들이 그랬고요. 근데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굳이 그걸 들어서 뭐하나 싶더라고요. 저 역시도 안 좋은 기억을 만나는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꺼내기도 불편했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 친구가 말해주기 전까지 안 물어봐요. 물론 엄청 궁금하죠. 그렇지만 꾹 참고 그 친구의 지나간 사랑을 캐내기 보다 새로운 사랑을 응원해줘요. 작가님처럼 사랑을 하면서, 그리고 사랑이 과거가 되었을 때 마음에 있는 소리를 꺼내어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과 이를 끄집어 내서 글이 되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니까요. 이별 에세이는 참 오랜만이었어요. 언제 다시 꺼내볼진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