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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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별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게 4년 전이라 이 책이 와닿지 않았어요. 이별 직후에 읽었더라면 눈물을 흘리며 폭풍 공감했을 텐데..

숱한 이별을 경험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읽어봤어요. 이별을 하면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던 것 같아요. 지쳐서 포기하고 이별을 고하고 친구들에게 욕도 실컷 하고 그러다 보면 무뎌지고 어느새 기억이 미화되어 나빴던 일은 흐려지고 좋았던 기억은 흔적을 조금 남긴 채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어요. 좋았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면 그 시절의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나 봐요. 그래도 한때 좋아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먹다 남은 과자 봉지를 찾듯
내게 그의 이야기를 내어놓길 바라는 이들이 있다.

결말이야 어찌 되었든
내게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기억,
소중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당신이 내게
가십과 심심풀이로 찾아서는 안 되는.

예전에는 친구가 헤어졌다고 하면 당연히 그 이유를 물어봤어요. 제가 헤어졌을 때도 친구들이 그랬고요. 근데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굳이 그걸 들어서 뭐하나 싶더라고요. 저 역시도 안 좋은 기억을 만나는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꺼내기도 불편했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 친구가 말해주기 전까지 안 물어봐요. 물론 엄청 궁금하죠. 그렇지만 꾹 참고 그 친구의 지나간 사랑을 캐내기 보다 새로운 사랑을 응원해줘요.

작가님처럼 사랑을 하면서, 그리고 사랑이 과거가 되었을 때 마음에 있는 소리를 꺼내어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과 이를 끄집어 내서 글이 되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니까요. 이별 에세이는 참 오랜만이었어요. 언제 다시 꺼내볼진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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