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장갑나무
자끄 골드스타인 글.그림, 예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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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장갑나무(자끄 골드스타인 글, 그림, 예빈 옮김)는 순수한 소년과 죽음을 앞둔 나무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장갑나무라를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표지를 활짝 펼쳐보면 나무 한 그루 전체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반은 알록달록 잎사귀처럼 보이는 장갑이 매달려 있고 반은 잎이 달려 있지 않다. 그리고 나무 아래, 작은 수레가 달린 자전거가 보인다.

표지를 넘겨 첫 번째 속지는 녹음 짙은 잎사귀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지막 속지는 알록달록 장갑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속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담고 있어 펴낸이의 정성이 가득 느껴진다. 한두 장 더 넘겨보면 표지의 자전거 주인인 소년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고 등장한다.

소년은 남들과 조금 다른 외톨이이지만 혼자 서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베르톨르라 이름 지은 나이 많은 떡갈나무에 올라 사람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동물 친구들과 다양한 교감을 하며 봄을 기다린다. 소년은 초록 잎으로 뒤덮일 베르톨르를 기대했지만 기다려도 잎은 돋아나지 않았고 결국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년은 베르톨르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주기로 한다.

글이 소년이 말하듯이 쓰여져 있어 독자로 하여금 소년만의 특별한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다소 무거운 사람, 관계,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힌다. 그리고 소년은 말을 건덴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면서도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에 대해, 죽음을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닌 죽음을 맞이한 대상에 대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그림은 펜화에 파스텔컬러를 입혀 부드럽고 정겹다. 따듯한 글과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꽉 차게 그려 풍성한 느낌을 주는 장도 있고 아이와 나무 사이 둘만의 이야기를 담은 장에는 충분한 여백을 두는 등 에피소드들의 각 특징에 맞는 그림을 그려, 잔잔한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보는 이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배가시켜 준다.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소년과 같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어 왔을 것이다. 마지막 친구인 소년에게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집이고 미로이고 성지가 되어 주었다. 나무는 죽을 때가 되면 조금씩 속을 비워 낸다고 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죽음을 알아채기 어렵다.

소년은 나무의 마지막 친구로서 장갑 잎사귀로 나무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었다. 사랑은 자신을 비워 내는 희생이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베르톨르는 소년만의 특별한 장갑나무로 그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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