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루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7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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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읽기는 하되, 좀 어렵게 읽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가 모두 그러했다. 진지하게 내면을 탐구하는 책이었기에 재미가 있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읽은 헤세의 소설, 게르트루트를 읽고선 생각이 달라졌다. 음악 소설이라고 하여 좀 색다르다는 생각으로 집어든 이 책은 헤세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뒷내용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대충 감이야 오지만, 어떻게 되는 건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재미있는 책 읽기를 중단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주인공인 쿤은 학창시절이 끝날 무렵, 사랑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름거리는 불구가 된다. 그 사고 전에도 밝고 쾌활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 후로 더욱더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게 된 그는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며 살게 된다. 연주보다는 작곡을 하고 싶던 그는 처음엔 인정받지 못했으나 단 한 명, 오페라 가수인 하인리히 무오트는 그 곡을 마음에 들어 하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그는 자신과 사뭇 다른, 자신감이 가득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다소 난폭하며 즉흥적인 무오트에게 매료된다. 운명처럼 만난 여인, 게르트루트에게 쿤은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는데 이들 사이에 무오트가 끼어들고...

 

  보통 통속 소설이 갖추고 있을 법한 줄거리를 가져서인지 헤세의 다른 소설에 비하면 페이지를 휙휙 넘어가며 읽었다. 제목인 게르트루트가 등장인물의 이름이라는 것을 안 다음에는 이 여인이 언제 등장하는지 기다리면서, 그리고 등장한 후에는 쿤과 무오트에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모습과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궁금해하면서. 그가 작곡한 소품의 가사가 아름다워서, 소설이지만 시적인 감성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헤세의 작품이기에 주인공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 부분이 많았다. 헤세는 어찌 보면 답답한, 사랑 앞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주인공 쿤의 내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랑 앞에서 머뭇머뭇하는 그의 모습, 속 시원하게 지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답답함도 느꼈지만 소심한 사람이라면 으레 그랬을 법한 행동이라서 공감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쿤과 그의 어머니가 늘 서름한 사이였다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한걸음 발전한 모습이었다. 쿤이 주변의 조언으로 어머니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관계가 작게나마 변화하는 모습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랑도 인간관계의 하나이겠지 싶은데, 이 작품 게르트루트에서는 고독한 예술가의 내면 세계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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