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세계명저 30선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을 다니면서 비교종교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종교학을 전문으로 공부한 것은 아니고 선택과목으로, 교제는 영국의 종교학자 에릭 샤프의『종교학, 그 연구의 역사』를 통해서 강의를 들었다. 에릭 샤프는 종교를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하나의 신앙으로 보기보다는 관찰해야 할 하나의 현상으로 보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즉 전 세계의 모든 종교현상을 역사학적 방법을 통해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저자가 맨체스터 대학과 랭커스터 대학에서 행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했던 책이었다.

종교학은 끊임없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학문이며, 미래의 학문, 미숙의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성장하다가 절정을 이루었거나 이미 쇠퇴의 길로 접어든 학문 분야도 많이 있는데, 종교학은 아직 젊은 축에 속한다. 종교학은 종교를 인간의 일로 여기며 고찰한다. 즉,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교학은 새로운 학문이기 때문에 기존의 철학이나 사상사, 문화사 연구를 뛰어넘어 인류의 여러 문명과 문화를 시야에 넣는다.

종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도교, 민속종교와 관련한 개별적인 사례들을 꿰뚫어 보편적인 인간이해를 목표로 한다. 다양한 모습을 비교하고 고찰하며 인간을 이해해서 많은 앎을 쌓고자 한다. 종교학은 흥미로운 학문인데 종교학 명저는 인간과 세계, 사회와 관련해 깊은 통찰을 나타낸 책이다.

지금 한국 사회를 종교학의 입장에서 보면 다원종교사회이다. 불교, 유교, 기독교, 거기에다 샤머니즘까지 어우러져 함께 공존하는 사회이다. 세계 전체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한국사회처럼 다양한 여러 종교들이 별 충돌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사회가 드물다. 이렇게 여러 종교들이 공생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능성이요 희망이기도 하다.

여러 종교가 함께 존재하면서 교리와 가치관이 뒤섞여 혼합을 이루는 현상을 종교학에서는 종교혼합주의라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도 여러 종교가 긴 세월 함께 존재하다 보니 서로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주고받게 되면서 교리와 가치관의 혼합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종교학의 시초>에서는 8세기~18세기까지의 지성에 의한 종교론을 통해 근대종교이해를 예측한 듯한 시점을 알아본다. 2장 <피안의 앎에서 차안의 앎으로>는 18세기 후반 서양의 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 그때부터 종교학적인 지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을 다루고 있다. 3장 <근대의 위기와 도덕의 원천>은 세기말에서 세계대전으로 이행하는 시기, 근대의 위기를 응시하면서 신 없는 시대의 도덕과 사회와 관련한 종교론의 명저를 다룬다.

4장 <종교경험과 자기 재정위>는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과 마르틴 부버의 [너와 나]와 같은 명저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5장 <종교적인 것의 확대>는 놀이, 예술, 이야기, 예능, 의례, 우주론, 자연관, 사생관 등 종교 이외의 영역으로의 연구 확대를 도모한 명저들을 언급한다. 6장 <삶의 형태로서의 종교>는 종교연구를 통해 종교나 종교이해에 새로운 조망을 제시한 걸작들을 다룬다. 7장 <허무주의를 뛰어넘어>는 ‘인류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포괄적인 물음과 ‘나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주체적인 물음을 연결시키며 대담하고 야심찬 종교론을 전개한 논지들에 대해 알아본다.

이 책은 서른 명의 저자와 서른 권의 명저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다루고 있으므로 바쁜 일정으로 모두 읽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30권의 고전을 읽을 수 있게 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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