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Thaksin - 아시아에서의 정치비즈니스 메콩 시리즈 2
파숙 퐁파이칫.크리스 베이커 지음, 정호재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현대사의 질곡을 헤쳐 온 한국 국민에게는 듣기에도 섬뜩한 비상사태, 계엄령, 쿠데타 등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는 태국, 특히 정부청사와 국영방송국, 국제공항이 시위대에 의해 점거될 정도라면 그 나라는 결딴이 나도 진작 났어야 한다. 그럼에도 태국은 동남아국가연합을 선도하는 지역 중심국가 위치를 지키면서 관광대국 지위를 누린다. 이런 태국의 현 정국을 이해하려면 태국 정치사의 풍운아 탁신을 알지 않고는 이해 할 수 없다.

부정부패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온다. 한쪽에서는 그를 ‘부패한 정치인, 돈으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으로 다시 돈을 벌어들인 위험천만한 인물’로 받아들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를 ‘뛰어난 경영능력까지 갖춘 민중의 영웅’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책은 탁신의 사회ㆍ경제 정책에 대해서 파숙 퐁파이 칫 출라롱곤대 교수와 언론인 크리스 베이커 부부가 비판적으로 쓴 책이다. 탁신 전 총리가 태국 사회에 어떻게 등장했으며, 또한 어떻게 몰락했는지, 그가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관찰한 내용을 현장감 있게 풀어내어 탁신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명쾌한 답을 준다.

탁신은 나라를 분열시킬 정도로 길고 감성적인 선거캠페인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으며, 네 번의 선거에서 태국 민주주의 역사상 어떤 지도자보다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태국 민중을 부추겨 혁명시위대를 일으킴으로써 군부의 공권력 행사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 책은 중국계인 친나왓 가족의 역사적 배경부터 미국 유학파 경찰 출신인 탁신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경찰 인맥을 동원해 이동통신, 위성 등 각종 사업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경위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탁신은 1949년 치앙마이에서 비단 판매상의 아들로 태어나 경찰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경찰간부 재직 중 미국유학을 하고 돌아와서 1980년대 컴퓨터 회사를 창업했으며 경찰 인맥을 기반으로 회사를 ‘친 그룹’으로 키웠다. 이후 친 그룹은 이동통신, 컴퓨터 등 태국 내 최대 정보통신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1998년 타이락타이란 정당을 세워 2001년 총리직에 오른 뒤 의료비 감면, 부채 탕감 정책 등으로 농촌 지역과 도시 빈민층을 사로잡았다.

그가 집권한 후 태국 경제는 1990년대 말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고속 성장하는 기틀을 다졌다. 그의 최고경영자(CEO)식 국정운영 스타일과 경제를 우선하는 ‘탁시노믹스’ 정책도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탁신은 이를 바탕으로 2005년 2월 총선에서 하원 의석 500석 중 377석을 휩쓸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라는 꼬리표를 피할 수는 없었다.

탁신의 포퓰리즘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도전 등으로 갈라지던 태국은 2006년 1월 탁신이 가족회사인 친코퍼레이션을 세금을 내지 않고 17억달러에 매각한 사건 이후 갈등이 더욱 악화됐다. 그는 PAD가 이끄는 ‘피플 파워’에 굴복, 그해 4월 사임을 발표했다. 탁신은 한 달 반 만에 총리직에 복귀했으나 결국 그해 9월 군부 쿠데타로 총리직에서 다시 축출됐다. 

저자들은 "탁신의 부패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정책, 마지막으로 포퓰리즘에 근거한 비판적 평가가 거의 전부라고 하면서 한 마디로 탁신은 사적 비즈니스의 성공 경험을 단순히 국가로 확장하고 아시아란 땅에 서구적 가치를 심으려는 상당히 위험한 정치인으로 각인된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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