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을 길들이다 과학과 사회 10
베르나르 칼비노 지음, 이효숙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행복전도사로 카피라이터로 많은 활동을 했던 최윤희씨가 자살을 했다. 의 자살소식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더구나 남편과 함께 동반자살을 선택한 그녀는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 방송활동과 많은 강연을 하면서 항상 그녀가 강조하는 행복한 삶을 위한 인생에는 당연히 건강이 1순위라는 것을 이제야 저도 깨달았다. 특히 그녀의 유서에는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 통증이 심해 견딜 수가 없는 상황에서 남편이 혼자 보낼 수 없다고 해 동반 떠남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절되지 않는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통증을 경험한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아마도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 통증의 역사는 긴 반면 통증에 대한 치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오랫동안 통증은 병의 시작임을 알려주는 증상의 하나로만 인식되었고 병의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역할이 강조되어 왔으나, 통증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통증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통증은 암의 종류나 전이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 따라 달라지는 증상이다. 예를 들면 전이 정도가 같은 위암일 경우에도 암의 크기에 따라 진통제의 용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표현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환자가 아프다고 말하면, 의사는 그대로 믿어야 한다. 절대 엄살이 아니다.

이관우 교수는 이 책의 추천글을 쓰면서 “통증은 현대 의학이 도전하고 굴복시켜야 할 의학적 목표다.”라고 하면서 사람들은 현대 의학의 고도 테크닉과 정밀투약효과에 대해 열광하고, 최신의 컴퓨터 이용 수술기술, 미세로봇 진단술, 유전자 변형기법을 통한 치료술, 생체미사일 같은 항암제 개발에 많은 기대를 한다. 병원과 정부 역시 이러한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병원에서 임상 의료의 진정한 고민을 전하라 하면 ‘문제는 통증이야, 이 사람들아’라는 말이 전혀 속되거나 우습게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책은 프랑스의 저명한 <르 콜레주 드 라 시테>라는 컨퍼런스에서 통증 관련 발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으로서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통증을 식별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통증을 다루는 의료진의 관점에서 통증에 접근하는데, 다양한 차원의 통증과 그 치료를 담당하는 “통증” 진료 의사의 관점, 그리고 일반인의 관점을 다룬다. 2장에서는 철학과 유대-기독교, 그리고 문학과 통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통증에 대한 환자의 권리를 밝히고, 통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제대로 대접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해준 다양한 법령들과 조치들이 인정을 받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통증은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에서 생겨날 수 있다. 그러므로 통증을 탐지하고 들어주기 위해서 환자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간호인력 쪽에서의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특히 통증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 환우들의 경우 이런 관심은 더더욱 필요하다. 우리의 이웃들이 받는 “통증”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돌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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