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 / 한빛비즈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는 우리가 대중문화를 조금 더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문화의 한 갈래인 대중문화를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그런데 대중문화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이보다 먼저 문화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는 <위키페디아>에서 발췌하면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말한다. 문화란 사회사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관점의 이론적 기반에 따라 여러가지 정의가 존재한다" 문장으로만 설명하기엔 문화는 그 범위가 매우 광대하여 감히 그 정의를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간편하게 문화를 정의하면 우리가 접하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과 생각.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대중문화란 무엇일까요? 대중문화는 대중이 형성하고 소비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대중문화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접하고 받아들입니다.

음악, 미술, 플래시몹(모두가 약속된 장소와 시간에서 특정 행동을 하는 것), 프리허그 등도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는 영국 5인조 밴드인 "라디오헤드"의 생각과 신념. 그리고 그들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낸 음악을 가지고 철학을 이야기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나 아렌트는 철학자를 "단독자로서의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라디오헤드가 부르는 노래는 명확하게 어느 한 분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얼터너티브"로 분류됩니다.

실질적으로 라디오 헤드가 "록" 그룹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스페이스 록이라고 하는 독특한 장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록은 이미 핑크 플로이드의 시드 배릿이 그 선구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라디오헤드와 핑크 플로이드가 결코 같은 분류의 음악을 하지 않습니다. 핑크 플로이드가 지구의 암울한 현실을 노래한다면 라디오헤드는 사람과의 관계의 현실을 노래합니다.

1. 목소리를 부여 받지 못한 존재에게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작사, 작곡한 음악은 우리 시대의 삶을 적나라하게 다룬것이 많습니다.  Creep 을 통해서 사춘기 남학생의 좌절과 소외감을 노래합니다. Creep이 담겨있는 1집 앨범 이후 2집 앨범인 The Bends를 통해서는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현상학적이며 실존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Kid A를 통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듯한 음악을 들려줌으로서 우리의 신경세포를 깨우는 듯한 상태에 잠시 정신을 뺏겨 있습니다. 이런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현상학과 실존주의를 연구하는 철학자에겐 매우 매력있는 주제입니다.

현상학은 철학에서 체화된 경험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분석되고 구체화하기 어렵습니다. 이같은 이유는 느낀 것을 바로 말로 표현하다 보면 경험 그 자체를 한정된 뜻을 가진 언어에 함축시키게 됨으로서 경험 본연의 뜻을 잃어버리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독자조차도 이런 경우를 자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거미줄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또는 거미줄이 실체화된 것처럼 바닥에 균열을 보았을때 바로 징그럽다라는 표현만 쓸 뿐, 이것을 장황하게 설명하진 못합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이전 세대인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와도 그 맥을 달리합니다. 비틀즈가 현실을 벗어나고자 긍정적인 음악이 주류였다면 핑크 플로이드는 암울한 현실 속에 세상과 자신과의 관계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경계 나눈 음악을 주로 했습니다.

한편, 저자는 대중음악이 당대와 외부세계의 역사까지 드러낼 수 있는가? 그리고 대중음악의 영향을 많은 사람들이 받았는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라디오헤드가 대중음악이 역사적인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음악이 태연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예술형태입니다. 사실 음악부터가 표현하기 어려운 세상에 크게 방해받지 않고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는 합니다.

라디오헤드가 하는 록 음악은 1960-1970년대와 그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어오면서 현실과 정치, 경제 등의 고유한 사회적 분야에 대해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밴드나 가수는 조안 바에즈와 밥 딜런, 시드 배릿, 핑크 플로이드 등이 그렇습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도 저항정신을 추구합니다. 특히 이들이 추구하는 저항은 지나치게 무관심해진 개인에 대한 조명을 통해 자아와 세계를 비판합니다.

2. 내가 나약할 때 나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우리는 힘들고 괴로울때 나만 혼자가 아니구라고 생각합니다. 실의에 빠져서 죽음을 생각하진 않더라도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있을꺼야라고 생각합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통해서도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곡이 많습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애브젝트 미학이란 렌즈를 통해서 봤을때 그 의미가 조금 더 부각되는 곡들이 많습니다.

애브젝트 미학은 쥘리아 크리스테바가 처음 주장했습니다. 예술작품 중에는 사람의 머리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아넣었거나 잘린 손을 표시한다던가 하는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작품들도 애브젝트 미학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어떤 사물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명확한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3초점 렌즈처럼 중앙 초점의 어딘가에 안경을 맞추어 볼 필요가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편 고대 그리스 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역사보다 더 진실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봤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현재도 방영하고 있거나 방영종료된 "천사의 선택"에서의 윤희석씨 모습이나 "조강지처클럽"에서의 안내상씨 모습 등은 우리의 눈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우리는 그 드라마를 끊임없이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와 같은 비극적인 모습을 통해서 주인공을 연민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와 같은 모습이 현실이 아닐까 비극을 통해서 우리는 현실을 대리 만족하기도 합니다.

시뮬라크르와 과다 실재에서는 우리가 사물을 보고 정신적인 상태까지 지배하게 합니다. 어떤 배우가 항상 악역을 맡아왔다면 그 배우가 마치 그 악역을 실제 하는 것처럼 보이는 과다실재 현상과 기업체가 우리는 이런 기업이야라고 주장한다면 정말 순진하게 우리는 그 상태를 믿고야 맙니다.

다르게 우리는 정보화사회로 대변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정보화세상은 디지털로 대변되고 있습니다.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는 인공적인 사운드를 포함함으로서 우리가 음악에 몸을 맡겼을때의 우리의 영혼이 음악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가 느낀 바에 따르면 보통 음악에서 이런 기분을 매우 잘 느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음악에는 어떠한 힘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우니 직접 해보는건 어떨까라고 말한 부분에서도 음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음악은 해보는게 좋습니다.

3.몽상과 강철로 된 폐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사회의 부조리와 함께 환경에 대한 고찰을 Hail to the Thief를 통해서 그들의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탄소발자국 측정을 통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활동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밴드로 거듭난 라디오헤드가 어째서 환경 덕 윤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부터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라디오헤드는 EMI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다른 음악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이들의 생각의 기저에는 마르크스가 제시했던  C-M-C가 깔려 있습니다. 사람이 중앙에 있고 상품간의 관계를 표현한 이 모델은 사람 중심의 경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살고 있는 모델은 M-C-M 모델로서 회사가 돈을 가지고 사람들을 사고 돈을 지급하는 형태의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마르크스 조차도 이상향으로 삼지 않았던 모델이지만 그가 가장 우려했던 모델은 M-C-M* 이었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 모델은 마르크스가 사람중심의 시장경제로서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마르크스가 공산주의를 제창한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요.

우리는 M-C-M*과 같은 형태를 너무 자주 보아 익숙하게 바라보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한국의 아이돌이 그런 형태에 속할 것입니다. 올바른 예를 배우고 삶에 대한 지식을 축적할 나이에 여자 아이돌은 뇌쇄적인 눈빛을 보내는 방법을 먼저 배우고 어떻게 하면 남자들이 침을 질질 흘리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먼저 회사에게 강요받습니다.

남자 아이돌도 별반 다르지 않지요. 우리는 이러한 모습에서 문화는 산업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즐기고 느끼는 삶의 한 부분인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즐기는 음악은 산업이 아닌 문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4. 제일 먼저 궁지에 몰릴 걸

우리는 산업화 이후 인간의 삶이 어딘가 모르게 퇴보하고 있고 무언가에 지배당하는 현상을 걱정합니다. 니체는 이러현 한상을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면서 생겨난 허무주의가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니체는 신과 같은 존재로 거듭남으로서 허무주의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니체가 말한 말인의 한 예로 라디오헤드의 No Suprises의 화자를 들 수 있습니다.

라디오헤드는 Hail to the Thief의 주인공들에게 인류를 허무주의로부터 구하기 위하여 막중한 임무를 맡깁니다. 우리는 니체가 본 것처럼 말인에서 초인이 되는 과정으로 가는 그 길에서 추락은 있을 수 있지만 추락 자체가 중요성과 도덕적 의의를 강조하는 순간에 있을 것입니다.

톰 요크는 Exit Music을 통해 정해진 규칙과 규범을 강요하는 사회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실 Exit Music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OST 였지만 만들어진 곡은 전혀 다르지만요. 어찌되었든 톰 요크는 이런 상황에 대하여 저항을 해야 한다고 음악을 통해 말합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 중 Nude에 대해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메를로 퐁티식으로 말하자면 라디오헤드는 문화가 처음 나타날때의 경험 같은, 조용하고 외로운 배경으로 돌아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헤드는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외계인의 시점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으면서도 전에는 없었던 것은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우리와 라디오헤드 사이를 조금더 가깝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독자에게도 라디오헤드 뿐만 아니라 같은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밴드가 있으니 굳이 라디오헤드 뿐만은 아니겠지요.

라디오헤드는 Hail to the Thief를 통해서 추상적인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한꺼번에 드러냅니다. Hail to the Thief는 미국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나온 앨범인데, 그 앨범이 정치적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폭 넓은 정치적 메시지와 자신들의 의지를 드러낸 앨범이기도 합니다.

라디오헤드는 음악을 통해 구체적인 유토피아가 가져온 그릇된 모습을 비판하고 현실에선 여전히 추상적인 유토피아와 유토피아 못 지 않게 디스토피아도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라디오헤드는 음악을 통해서도 권력과 부패, 폭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권력의 정의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특히 Hail to the Thief와 Ok Computer까지는 이와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권력이란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이 권력이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이 이용되면 결국은 폭력은 권력에게 그 자리를 빼았습니다. 이런 구조를 놓고 봤을 때엔 권력보다 권력을 유지시키는 수단의 한 종류로 폭력이 사용되선 안되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올바른 권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저항이 필요한건 사실입니다.

라디오헤드는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자아의 형이상학적과 우이와 다른 사람 사이의 분할을 전제로 하는 영상이 있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보위가 출연한 지구로 떨어진 사나이에서도 이와 같은 시각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5. 여기는 아니야 그럴리 없어..

라디오헤드는 Kid A 앨범을 통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은 할당된 수신인도 없고 딱히 정해진 이상도 없지만, 실험으로 가치가 측정되는 문학과 예술의 조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Kid A는 첫번째 곡이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인데 이 곡을 통하여 라디오헤드가 포스트모던을 어떻게 설명하고자 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의 주요 개념인 분쟁을 "언어의 불안정한 상태와 경우 때문에 말로 표현되어야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어떤 것, 문학, 철학 혹은 일부 정치적인 상황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건 적절한 표현을 찾아서 분쟁의 증거를 제시하며 입증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라디오헤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Kid A 앨범을 통하여 언어의 지속성에 의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분쟁을 설명합니다.

포스트모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거대담론에 대한 불신입니다. 우리사회에서도 사회에 형성된 담론을 어기고자 한다면 모험을 해야 합니다. 리오타르는 이러한 거대 담론 하나 둘보다 작은 담론을 여러개 형성하는 다원주의가 옳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라디오헤드는 In Rainbows 앨범을 통하여 계몽주의에서의 섹스가 신체간의 접촉. 그 이상 이하로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섹스와 유혹도 하나의 미학과 신호로 보았습니다.

섹스를 하기 위한 전위 단계로 유혹을 보는 것이 좋겠다고 보여집니다. 적어도 섹스가 단순한 신체접촉이 아닌건 확실하니까요.

장 보드리야르는 유혹도 섹스도 게임의 일종으로 보았는데 장 보드리야르 사망이후(2007년) 그가 남긴 숙제들은 아직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가고 있다고 하니, 우리도 계몽주의에서의 개념이 아닌 새로운 상태에서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봤을때와 지금도 여전히 이책은 여전히 난해하고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교때부터 대학때까지 철학을 배웠지만 라디오헤드의 음악과 함께 접하는 철학은 과거에 알던 철학의 기준 자체를 심각하게 바꿔버렸습니다.

사실 음악을 함께 들었더라면 더 좋았지만 그렇지 못해서 조금 안타깝기는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도다시 보는 철학은 듣는 철학, 이해하는 철학, 느끼는 철학. 그 이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철학을 유리잔에 비유한다면 채워도 끝이 없는 잔이라고 할까요?

이 더운 여름 날, 독자 분. 모두에게 한 가지 이 책을 읽는 팁을 드린다면 일단 머리속을 깨끗이 비우고 보시고 반드시 책을 보시기 전에 음악 그 자체와 친해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후일담이지만 본 도서의 제목은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보다 "라디오헤드로 철학 여행하기"가 오히려 개인적으로 와닿는 본서의 제목인 것 같기는 합니다.

철학이 결코 어려운 주제가 아닌 독자의 삶에서 녹아드는 주제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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