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 아마티아 센,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이야기하다
아마티아 센 지음, 원용찬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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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을 쓰기 전에 망설여지는 책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몇 개 뒤적여 보았다.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이라는 부제 내용을 충분히 느낀 듯한 찬사 일색의 서평, 책이 내걸고 있는 주제에 비해 내용은 너무 빈약하고 지루했다는 혹평.

내가 서평을 쓰기 망설였던 이유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경제학을 인간중심으로 보려고 했던 아마티아 센의 위대한 혼이 느껴지는가 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센의 주장 또는 입장을 충분히 설득시킬 만한 근거의 빈약함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답답기도 했다. 이 부조화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옮긴이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옮긴이 원용찬은 아마티아 센의 상당한 팬인 듯한데 한국에 센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센코노믹스를 읽고 나서 옮긴이가 왜 그런 걱정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센코노믹스》를 읽으면 인간을 경제학의 중심에 놓고, 기존의 공리주의적 접근을 벗어나 윤리와 도덕을 경제학에 접목시키려 한 아마티아 센의 노력은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경제학자라기보다 정치학자나 사회학자, 또는 사상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지구적인 빈곤과 인간의 안전보장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이 깊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는 아마티아 센의 주장에 감화되기 보다는 so what? 이라는 질문이 머리를 맴돈다. 내가 책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하게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설득력의 부족 탓은 아닐런지.

이른바 세계화의 문제만 보자. 아마티아 센은 기본적으로 세계화에 긍정적인 입장인 듯하다. 전지구적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확산과 세계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세계화의 질'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당장 의문이 생긴다. 강대국의 입맛에 맞춘 세계화로 개발도상국들이 더 많은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아마티아 센은 (최소한 이 책에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빈곤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고 하니 분명 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뭔가 답을 했을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원서를 뒤적이지 않는 한 그의 대답을 찾아볼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

이거다. 내가 이 책이 2%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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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8-11-3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사서 보기로 결정했습니다만, 지적하신 부분 참고하면서 읽을께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