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데이비드 바사미언.하워드 진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미국의 양심 하워드 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생생한 만큼 정리가 덜 되었거나,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도처에 있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간다는 점이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는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장점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유는 하워드 진이라는 사람이 가진 호소력 때문이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 흑인대학의 강단에 선 유일한 백인 교수였고, 학생들의 정당한 주장에 동의해 시위에 동참했으면,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쟁에 반전운동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맞서 온 그의 삶을 안다면 이 책을 집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고기 가득한 연못에서 정신 없이 대어를 낚아 올리듯, 이 책에선 하워드 진의 날카로운 성찰과 분석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권력자가 비폭력적인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행동이 폭력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촛불시위를 보라. 바로 답이 나오지 않나.

“공직에 나서면 역사적으로 덜 중요한 인물이 됩니다. 애초에 가졌던 도덕적 잣대가 누그러지기 때문입니다.”
->완전 동감이다. 정치권에만 들어가면 짜증나는 인물로 변모하는 인사가 한둘은 아니니.

“전쟁은 일종의 계급현상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전쟁터에 가서 부상을 당하고 죽어가는 것입니다. … 국민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 저항의 기운이 꿈틀거릴 때 전쟁은 정부를 그런 저항에서 지켜주는 구실이 됩니다.”
->그렇구나. 북풍이니, 총풍이니 그런 말들이 갑자기 떠오른다.

“프로파간다는 건망증을 목표로 합니다. 국민에게 뭔가를 잊게 만드는 데 목표를 둔다는 뜻입니다. … 미국 역사에서 베트남은 정부가 미국인의 의식에서 기억을 지우거나 다른 역사로 채워버리려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분명 나도 이런 건망증 환자겠지.

아쉬운 점 한 가지.

최근 촛불시위 분위기를 타고 시민불복종이나 반미 관련 서적이 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도 타이밍에 맞추기 위해 급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든다. 다만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오탈자라든지, 대담에서 거론된 100명도 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그다지 충실하지 않다든지 하는 점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과도한 넘겨짚기일 수도 있겠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친절하게 책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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