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2025년 여름호(제65호)는 문학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꾸준히 고민해온 계간지의 태도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이번 호에서는 말의 힘과 쓰임, 책임을 사유하는 글들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머리글에서는 2024년 겨울, 한 사건을 둘러싼 감정과 시간을 되짚으며 ‘말’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남긴 무게를 조명한다.‘크리티카’ 코너에서는 유승민 인지언어 연구가의 「광장의 언어가 우리에게 남긴 감각」이 인상 깊었다. “2024년 12월 6일, 지구 반대편에서 한강 작가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해석을 넘어 당시를 감각적으로 복원했다. 시 부문에서는 장혜령 시인의 「말하는 여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포르노그래피 복제 시대의 서정시」와의 서사적 연속성을 통해 시 안에서 ‘여자’라는 존재를 다시 불러내는 구조가 강렬했고, 이미지의 전복이 남긴 감각도 오래 남는다. 또, 김홍중의 에세이 「로셀리니와 시몬 베유」는 촘촘한 주석 속에서 깊은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새롭게 바뀐 표지 디자인 역시 눈길을 끈다. 예전의 ‘목차형’ 표지에서 벗어나, 미술 잡지를 연상시키는 시각적 실험은 이번 호가 지닌 정체성과도 닿아 있다. 이처럼 『자음과모음』은 여전히 문학의 경계를 실험하고 확장하며, 독자에게 사유와 감각의 입구를 제시하고 있다. 오랜만에 신청한 서평단이었지만, 책값 이상의 감동을 얻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