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동안 거의 단편소설만 읽어서 오랜만에 짜임새 있는 장편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그렇게 읽게 된 소설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라는 소설은 내가 바라던 소설 그 자체였다. 작가 소개의 말 처럼 일종의 서스펜스를 가지고 시작되는 소설은 사람들이 그림자를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사건을 주인공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최근에 본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이 생각났는데, 인사이드 아웃1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보자면, 시즌1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이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자 '라일리’의 마음 속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는 내용을 다룬다. 해당 시즌에서 슬픔이가 본부를 이탈하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컨트롤 할 때 슬픔이 없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주변 인물과의 관계, 본인의 성장 등)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도 마찬가지인데, 슬픔이 없는 인간의 행동을 대화 형식으로 잘 표현한 소설 덕분에 세상이 얼마나 망가지는지를 현실적으로 잘 확인한 것 같다. 나도 가끔 슬픔이라는 감정이 없기를 바란다. 우울해서 눈물이 끊이지 않는 날이면 다채로운 감정의 존재를 원망하곤 한다. 하지만 슬픔 없이 우리는 넘어질 수 없다는 걸,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이 소설을 통해 알았다. 우리에게 필요 없는 슬픔과 그림자는 없다. 그림자는 나 자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