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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엷다 (외전포함)
리밀 / 로망로즈 / 2018년 2월
평점 :
# 나만의 키워드 : 현대물, 나이차커플, 첫사랑, 동거, 과묵남, 철벽남, 까칠녀, 상처녀
# 남주 : 연무진(32세), 혁신 그룹 대표의 비서
여주 : 유이현(22세), 혁신 그룹 회장의 사생아
축복은커녕 비극의 결실이었던 이현의 존재. 자신을 미워하던 엄마가 떠난 후 아빠와 새 가족을 만나지만. 그들에게 이현은 짐이자 패악의 대상일 뿐. 그렇게 그녀는 점점 자신을 학대하며 시들어 간다, 겨우 스물둘의 어여쁜 나이에. 그런 이현을 임시로 돌보게 된, 무진. 한 공간에서 머물며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사랑을 그린, <엷다>였다.
한 마디로, 이현은 참 딱했다. 약하면서 센 척하고 무관심보단 미움이라도 받고자 발악한다. 또한 상대를 밀어내고 할퀴면서도, 정작 진짜 화난 것 같으면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상처 입은 고슴도치 같은 이현은, 편견 없이 그녀를 돌보는 무진에게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한다. 무심한 듯 다정하고,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그에게.
다만 애잔한 설정에 비해, 무진과 이현의 로맨스에는 몇몇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마음보다 몸이 먼저 시작된 관계라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성적 관계에 예민한 이현이, 무진에겐 너무 쉬웠달까. 이성에 무감했던 무진이 왜 그녀에게 끌렸는지도 의문. 하지만 가족과 친구는 물론 곁에 아무도 없던 이현이, 오롯한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권선징악 결말만 고집하진 않지만, <엷다>의 마무리는 아쉬웠다. 짐승만도 못한 아빠와, 질투에 눈 먼 언니까지. 처벌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으면 다행일텐데 오히려 용서를 강요하는 뉘앙스였달까. 잘못에 대한 용서와 책임은 분명 별개의 문제이건만. 극 후반부 폭발하는 무진의 농밀한 달달함에도, 완성이 덜 된 기분이 든 로맨스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