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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의 우울
알브레히트 지음 / 필프리미엄에디션(FEEL)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 나만의 키워드 : 시대물, 궁정로맨스, 복수, 연하남, 능글남, 다정남, 상처남, 냉정녀, 계략녀, 상처녀
# 남주 : 어릿광대, 윈슬랜드 궁정의 어릿광대
여주 : 베로나, 채닝 왕가의 첫째 왕녀
이름도 출신도 모를 비천한 궁정의 어릿광대. 정치판에 끼어들어 좋을 일 하나 없는 운명이건만. 그는 자신의 '마음' 하나로 기꺼이 뛰어든다. 유일한 주군의 윤리를, 또 어린 아이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베로나와 럭스, 다른 듯 닮은 비극의 두 왕녀를 둘러싼 <어릿광대의 우울>이 시작된다.
'미친 왕비' 캐서린의 처형 이후 부쩍 무력해진 왕. 그에게 베로나는, 딸보단 경쟁자에 가깝다. 자신이 밀어낸 형제와 닮았다는 이유로 철저히 배척한다. 결국 스물둘이 될 때까지 확정되지 않은 후계의 자리. 그럼에도 누구보다 공고한 '차기 왕' 앞에 이복 자매가 돌아온다면. 고작 열 살짜리 꼬마 럭스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 그 안에서 어릿광대는,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사소한 친절로 이어진 인연. 광대에게 그녀는 절대적 존재지만, 점점 고립되는 럭스가 눈에 밟힌다. 언니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힘 없는 꼬마. 그 관계는 어릿광대의 시선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관찰자와 조력자를 넘나드는 광대. 극에 몰입할수록 차라리 누구 편도 들지 않고 멀어지길 바랐다. 이들을 얽맨 비극적 사슬이 드러나고, 반갑지 않은 성장이 이뤄질수록 더욱 더.
다만 로맨스 소설로 기대한다면 재미는 글쎄. 이 책이야말로 서사를 중심으로 쭉 따라가야 한다. 어릿광대의 눈에 비친 채닝 왕가의 끝이 궁금해 마지막까지 몰입감은 좋았지만. 베로나가 남긴 르네상스와 달리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어릿광대의 우울>. 광대 하나만 눈감으면 사라진다는 그것. 이 책은 아마, 이름 모를 광대 씨를 기억하고자 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