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씩 밝아졌다가 잠깐씩 그대로였으므로 볼 수 있었다비 내리는 날 첨탑이 벼락을 끓여들이는 광경을. 그때 끝이 저물어버린 시간과 시간이 내색하는 배경이 얼마나 어두운지를계속되는 끝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닿기 전과 닫은 흔적이 만나서 뚫리게 되는, 이를테면 조금만 어긋나도 달아나버리는 것 그래서 모든게 드러나는 순간첨탑과 벼락의 끝이 궤적을 거둬들이는 중이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곳, 그러나 자꾸 알고 싶은 곳, 있던데가 없는데로 돌아와 남겨진 순서로 완성되기 시작하는그 끝이 잠깐씩 보였다가 잠깐씩 머리속을 지나갔다나는 멈추었는데도 멈추지 못한 사람들 속에 서 있었다 아무도 말걸지 않고 누군도 알 수 없는 끝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먹먹하게 - 정영효. 단절 p54 -내 친구 시수업 선생님이시다. 친구가 가지고 온 시집에 자필로 따뜻한 봄에 따뜻한 산책이 최곱니다. 라고 적혀있다. 아프다고 귀뜸을 한 모양이다. 이제 그런 따뜻한 봄은 가고 없지만 그래도 산책은 종종한다. 물론 시인님의 말때문에 하는 산책은 아니다^^오랜만에 읽은 시집. 간간히 몇편은 돌아가 소리내어 읽었다. 소리내서 읽을때 더 꾸덕꾸덕하고 간절한 느낌이 살아왔다.시를 쓰며 사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문득 시를 쓰는 사람의 시수업이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