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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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실문고 #별의시간 #소설책추천

“빛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그녀는 존재했다. 그게 다였다.”

“삶이란 지극히 불편한 것이며, 영혼은, 비록 그것이 그녀 자신의 영혼처럼 가느다란 것이라 해도, 육신에 끼워 맞추기 어려운 법이라고. (…) 그녀는 아무리 상황이 나빠진다 해도 자신을 빼앗기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고 싶었다.”

“그녀는 풀을 바라보았다. 그저 바라보기 위해 바라보았다. (…) 우연한 존재. 어쩌면 마카베아도 한번쯤은 느껴 보지 않았을까? 자신 역시 이 정복할 수 없는 도시 속에 있는 우연한 존재라는 느낌을. (…) 나는 묻는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일까?”

✍️
서평을 쓴다는게 의미가 없는 것 같은 책이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끝났지만 이해한다기보다 그냥 느낄뿐이었다. 소설이라기보다 다른 형식의 극적인 체험을 한 것 같다. 말 한마디,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말 예측 불가능했다. 화자인 작가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번갈아 나오는데 마치 독백이 흘렀다가 영상이 쏟아지는 것 같고.

별의 시간. 무에서 유로. 그저 존재하고 자기 자신이 되는 것에 대한. 삶과 죽음 앞에서 펼쳐지는 비밀같은 말들. 별처럼 모든 걸 다 쏟아낸 것만 같은 이야기.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이 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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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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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문지아이들
울리카 케스테레 지음, 김지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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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단하거나, 조촐한 당신의 날이에요.
어떻게 축하할 거예요?
시끌벅적하게 보낼 건가요?
아니면 잔잔하고 차분하게?
또는 아무 일도 없이?

생일을 보내는 방법은 참 많아요.
어느 방법이든 잘못된 것은 아니랍니다.”


아이가 일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나인 생일. 생일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다. 시끌벅적하게 많은 친구들의 축하를 받기도 하고, 단 하나의 소중한 친구를 초대하여 축하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생일을 까먹은 호랑이도 있고, 혼자 케이크를 다 먹기위해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곰까지.

생일을 축하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모든 방법은 다 소중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생일을 기념하는 방식도 우리가 모두 다르듯 각자 다를테니까.

아직은 촛불 불기가 너무나도 좋아 매일 생일이고픈 아이다. 엄마아빠의 생일, 가족들과 친구들의 생일도 모두가 내 생일처럼 진심인 너의 하루하루. 올해 생일이 되면 너는 또 얼마나 자라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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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마 레드, 가장 어두운 이름
데브라 맥파이 얼링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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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트는 인디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디언이 되었다. 최악의 부류, 다른 인디언도, 백인도 좋아하지 않는 부류, 상대가 좋아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그런 인디언이었다. 바티스트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애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에는 사랑할지 사랑하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본능이나 희망을 뛰어넘는 깊은 감정이 우리를 지치게 하고 너무 갈망하게 만드는 바람에 우리는 아침에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거나 잔디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삶에 가까워질수록 죽음에 가까워진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새로운 작가의 책이다. 시적이고 몽환적이다. 인디언들의 오묘한 분위기가 이토록 전해질 수 있다니. 어디선가 아직도 바티스트의 춤과 방울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번역가님의 말처럼 책을 읽다 비릿한 냄새가, 살을 에는 추위가 휘감아 와서 마음에 여러번 파장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사랑과 자유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루이스의 성장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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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외 지음 / 다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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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산다는 건 말야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불을 건너는 거야.’”

2018년에 시작된 나의 엄마되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육아는 새로운 과업이 끝나면 또 다른 과제가 나온다.레벨업이 되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순간 방심하면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엄마가 되는 일은 깊은 강에 아주 큰 돌다리를 스스로 놓으며 건너는 일과 같다.”

아이와 함께 나는 어디쯤 건너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아마 이 여정의 끝은 없겠지. 너를 향한 사랑엔 끝이 없을테니까. 매순간 실패를 마주해도 아이의 한마디에 다 괜찮아지고 일어설 수 있는 건 엄마니까 가능하다.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여섯 엄마의 이야기는 꼭 나의이야기 같았다. 많은 페이지를 다시 읽었다. 일과 육아를 하며 느꼈던 고달픔과 서글픔, 죄책감과 고민, 말로 다할 수 없었던 감정들은 나만이 느끼던 게 아니었다. 매일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이 한번쯤 읽었으면 좋겠다. 따뜻함이 번져오는 책이었다.

“큰아이 희원아. 너는 내가 되렴.
작은 아이 효명아. 너도 네가 되렴.
나도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김이설은 ‘김이설’이 되고,
김지연은 ‘김지연’이 되렴.”

아이도 아이가 되고 나도 엄마이자 나로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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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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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와 ‘장소-하다’

“연인들의 장소의 필연적인 특징은 ‘사라짐’에 있다. (…) 사라짐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소는 고유하다.”

“연인들의 장소에서 ‘사랑-하다’는 ‘장소-하다’와 동의어이다. 연인들에게 장소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어떠한 추억이 있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 연인 뿐 아니라 가족이나 한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같은 장소라도 누구와, 언제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된다. 사랑은 굉장히 주관적이듯 장소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규정된 용도와 정체성이 바뀐다. 또한 그 장소는 똑같이 기억되지 않으니 매번 일회적이다.

이 책은 가상의 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 장소의 특성과 함께 그 시간에 얼룩처럼 남겨진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연인들의 장소뿐 아니라 가족의 공간인 ‘집’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집에 켜켜이 쌓인 아이의 시간들을 떠올리면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이 든다. 태어나고 자라고 하루하루 커가며. 아이는 나중에 우리집을 어떻게 기억할까.

“장소의 세밀함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기억과 상상력의 문제이며 그것은 사랑의 장소를 잊지 않으려는 불가능한 노력의 산물이다. (..) 연인들이 장소를 발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며, 지금은 없는 장소를 다시 기억하고 상상한다는 것은 그 여행에 대한 여행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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