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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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피엔스, 이번에 김영사에서 가제본을 받아서 미리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오랜만에 읽어본 본격적인 거대 시각을 담은 책인데, 호모 사피엔스, 변방의 작은 존재에 불과했던 그들이 어떻게 이 지구를 지배하는 (혹은 지배한다고 착각하게 하는) 상태가 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는 아주 다방면의 각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접하면 느껴지는 '진화' 등의 카테고리는 오히려 작게 느껴 질 정도다. 

 

 이 책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역사를 가로지르며 각각 챕터별로 다양한 시각을 보이며 진행하는데 그 스케일이 워낙 커서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시야도 넓어지는 느낌도 드는 책이었다.  제본판으로 보다보니 예전에 대학시절 멋모르고 제본하던 (원서 저자께 죄송한...)시절의 기억도 떠오르고, 아무래도 읽는데 의외로 속도가 붙었다. (실제 책이 아니다보니 좀 더 휙휙 넘어간 효과는 있었던 듯 하다) 

 

 이 책을 끌어가는 가장 큰 시각 중 하나는 역시 '진화'이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으로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에 근저에 있는 생각은 진화, 특히 최근의 사회진화론적 시각이 포함된 진화론적 관점이다. 워낙에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다보니 놓칠 것들이 많을 법 한데, 이 책을 읽으면 아주 탄탄하게 잘 갖춰진 느낌이고 특히 저자가 가진 관점들이 마치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을 뒤엎듯 톡톡 재미있게 튀어나올 때가 많다. 이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많은 분량을 자랑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직설화법이나 상식을 뒤엎는 톡 쏘는 재미가 또 이 책을 읽는데 속도감을 붙여준다. 

 

 

  개괄적으로 이 책은 크게 4 챕터, 인지혁명 / 농업 혁명 / 인류의 통합 / 과학혁명 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이 3-4개의 소챕터로 나뉜다. 인지 혁명 부분에서 실존이 아닌 것들, 여기서는 '허구'라 표현하는 것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자세한 건 책을 보시라! :) ) 이 인지 혁명은 인간이, 절대 개개인은 이룰 수 없는 조악한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허구의 힘을 빌어 강대한 나라를 이룰 수 있을 만큼의 인지혁명이 가능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농업혁명에서는 심지어 저자는 농업혁명이야말로 인류 최대의 사기극 이라는 말도 한다. 이 말은 우리가 농작물을 키운 것이 아니라 농작물이 우릴 키웠기 때문, 이란 건데 저자가 앞장에서 말한 인지적 체계와 관련해서 아주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주장이다.  그렇게 얘기 후 인류의 통합을 넘어 과학혁명에서는 인공지능까지 다루는데 여기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정말 인류에 대한 책으로는 오랜만에 제대로 크게 다룬 책을 읽은 느낌? 그리고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이 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는 (아마 그래서 2011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위의 표는 책의 일부를 찍어 본 것으로 제국의 주기를 저자가 정리 해 본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중간중간 표, 혹은 그림이 삽입되어 독자의 이해를 시각적으로 돕는다. 아무래도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만큼 이러한 표가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정리해 주는게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가져온 것이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

 현재 인류는 신과 같이 이 세계에 군림하고 있음을 우리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 우리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며 새로운 대안을 생각하고 우리의 성공 아닌 성공을 제대로 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사피엔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역작을 읽은 느낌이다. 

 

 

 

밑줄 북북  

전 세계 모든 지역 사람들은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단을 가지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우리에게 그것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할지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 p.10~11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추가로 노동을 더 하려고 결정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러면 일을 더 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수확량이 많이 늘어날 거야. 흉년 걱정을 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을 거야. 아이들이 배가 고픈 채로 잠자리에 드는 일도 없을 거야.’ 그것은 이치에 닿았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그랬다. (…)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내다보지 못했다. 추가로 생산된 밀은 숫자가 늘어난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했다. (…) 그렇다면 왜 계획이 빗나갔을 때 농경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사회를 바꾸는 데는 여러 세대가 걸리고 그때쯤이면 자신들이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 때문에 돌아갈 다리가 불타버렸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쟁기질을 도입함으로써 마을의 인구가 1백 명에서 110명으로 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중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굶어죽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이 과거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열 명이 있었겠는가?
--- p.133~134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나 민주주의, 자본주의 같은 상상의 질서를 믿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그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는 위대한 신이나 자연법칙에 의해 창조된 객관적 실재라고 늘 주장해야 한다. 사람이 평등하지 않은 것은 함무라비가 그렇다고 해서가 아니라 엔릴과 마르두크가 그렇게 명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평등한 것은 토머스 제퍼슨이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신이 그렇게 창조했기 때문이다. 자유시장이 최선의 경제체제인 것은 애덤 스미스가 그렇다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은 불변의 자연법칙이기 때문이다.
--- p.169~170

역사는 교차로에서 교차로로, 뭔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처음에는 이 경로를 택했다가 다음에는 저 경로로 진입했다가 하면서 나아간다. 1500년경 역사는 가장 중대한 선택을 했다. 인류의 운명뿐 아니라 아마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의 운명까지도 바꿀 선택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혁명은 서유럽에서, 아프로아시아의 서쪽 끝에 있는 커다란 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던 지역에서 말이다. 
왜 과학혁명은 하고많은 곳을 놔두고 하필 그곳에서 일어났을까? 어째서 중국이나 인도에서 일어나지 않았을까? 어째서 실제보다 2세기 앞이나 3세기 뒤가 아니라 두 번째 천년의 한중간에 일어났을까? 우리는 모른다. 학자들은 열몇 가지 이론을 내놓았지만, 특별히 그럴싸한 이론은 없다.
--- p.346~347

산업혁명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산업혁명은 되풀이해서 보여주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불과 몇십 년마다 새로운 에너지원이 발견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계속 늘었다. 그런데도 에너지 고갈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용 가능한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세상에는 에너지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에너지를 찾아내 그것을 우리의 필요에 맞게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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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
가보 마테 지음, 류경희 옮김, 정현채 감수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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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성 만성 위염, 스트레스성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성 두통, 스트레스성 피부염증.

내가 자주 겪어보고 지금도 종종 나를 괴롭히는 중인 증상들이다. 큰 병은 아니라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어느 순간 아픈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돌이켜보면 아마 짧은 기간에 생긴 것도 아니라 매년 차곡차곡 쌓인 스트레스나 제때 풀지 못한 감정과 상처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직업상 감정을 참는 일이 많고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욱’하는 화를 다른 감정으로 돌려 나타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다. 감정싸움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감정노동을 하다보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 많이 들고 쉽게 지친다. 분출되지 못한 감정이나 긴장으로 소화도 잘 안되고 명치가 답답한 느낌으로 제대로 먹지 못해 살도 많이 빠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 되다보니 그 상황 속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몸은 너무나도 빨리 반응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책을 처음 본 순간 나에게 꼭 필요한 책 같았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하루 걸러 아팠던 시간들 때문에 직장 생활뿐 아니라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 경험이 있었기에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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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아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스트레스와 함께 지낼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고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개개인의 스트레스의 강도를 비교할 수는 없다. 타인에게는 사소하게 보여도 직접 경험하고 받는 본인에게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굉장히 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감정이 어떻게 병이 되는지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어떻게 사람의 몸에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책이다.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 사람들의 경험과 성격, 어린시절, 인간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돌아보며 스트레스가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본다. 적절한 감정컨트롤과 감정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게이버 메이트’는 내과 전문의이자 칼럼니스트로 수많은 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트레스와 질병관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해온 사람이다. 서문에서 밝혔듯,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어떻게 무수히 많은 무의식적 방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질병의 발생을 돕고 있는지 똑똑히 인식하자는 취지가 인상적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여러 환자를 사례별로 소개하고 있고 마지막에 치유를 위한 방법을 간단히소개하고 있다. 사례들은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나도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알고 싶은 부분을 먼저 읽었는데 읽으면서 무척 공감가는 부분도 많아 표시를 많이 해두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암을 비롯해 질병에 얼마나 큰 원인이 될 수 있고, 감정의 작용이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도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며 무섭기도 하며 새로운 결심을 주기도 했다. 지금 나도 질병에 걸릴 확률을 얼마나 높이고 있었는지 반성도 되고 스트레스와 감정을 적절히 처리할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암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되는 위험 요인이 감정, 특히 화와 관련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는 태도라고한다. 화의 억압은 생체에 가해​지는 생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매우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하니 섬뜩할 정도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성격의 소유자는 ‘지극히 협동적이고 인내심 많고, 수동적이고, 자기주장이 없고, 순응적인...’ 사람이라고 묘사된다. 겉으로는 강인해보이고 행복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지만, ‘부정적’인 감정들, 특히 화 감정을 억제하거나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특정 성격 유형이 암을 발생시킨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특정한 성격적 특성이 생리적 스트레스를 쉽게 유발시키고 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는 한다. 자신의 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감정표출을 억압하고 무조건 참는 상황을 반복하다보면 그 화가 자신의 체내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책의 사례들을 보면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남에게 지나치게 맞추려고 하는 특성, 모든 것에 완벽함을 추구하고자하는 강박관념, 자기에게 지나치게 혹독하고 고통을 부인하려는 지나친 긍적적인 성격, 아동기의 정서적 박탈이나 결핍 또한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을 억누르면 호르몬, 신경계를 포함한 우리 몸의 여러 시스템에 혼란을 주어 면역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이러한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은 암, 알츠하이머, 루게릭, 천식, 류머티즘, 등 여러 심각한 병이 생기는데 일조하게 된다. 책에는 이를 증명하는 자세한 전문용어들과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미치는 작용 방식을 자세하게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용어와 설명이 일반인에게도 지나치게 어렵지 않아 읽으면서 더욱 이해가 잘 되고 공감이 갈 것이다. 그 동안 한번쯤은 누구나 겪어봤을 증상들을 그 원인과 작용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궁금증도 해소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고가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적신호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화를 억누르고, 자신의 취약성을 부정하고, 강해보이려는 의지가 오히려 우리 병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대신 부정적인 사고를 제시하는데 이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의 상황이나 주변환경, 대인관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자신의 몫을 인정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의미이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정신적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실제의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강박 욕구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나를 더 바라보고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나니 감정 처리 능력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더 명확해졌다. 스트레스에 대범하게 넘기는 태도가 말이 쉽지 하루아침에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격과 기질이 다르듯 사람에 따라 스트레스나 감정 처리가 힘든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나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는 것부터 명확히 인지하고 태도와 사고를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7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정, 인식, 화, 자율, 애착, 주장, 확인이다.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인정하는 자유로운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7가지 방법 외에도 자신만의 스트레스와 쌓인 감정을 제때 해소하는 무엇인가가 각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은 취미나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꼭 있어야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감정은 제때 분출하고 해소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몸으로 터져서 굉장히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큰 병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관련된 질환으로 힘든 경험을 하고 있어서 책을 더욱 자세하게 보았고 절실하게 다가온 책이다.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를 실천에 옮겨서 내 몸의 신호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사랑해주어야겠다.

 

 

 

 

 

밑줄 북북

 

p.64

스트레스 경험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 번째 요소는 신체적이든 정서적이든, 생체가 위협이라고 해석하는 사건이다.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 자극이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두 번째 요소는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처리 시스템이다. 인간의 경우 이 처리 시스템은 뇌다. 마지막 구성 요소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 반응은 감지된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생리적, 행동적 적응 야상들로 구성된다.

p.65

개별 스트레스 사건은 단독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경험되는 사건이지만, 과거를 반향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경험의 강도와 장기적인 영향은, 개인에게 고유한 수많은 요소들에 달려 있다. 우리들 각자에게 스트레스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개인의 기질 문제이고 더 나아가 개인의 내력 문제다.

p.69

스트레스 요인은 “항상성을 교란하기 쉬운 실질적인 위협, 혹은 감지된 위협”이다.

p.73

우리는 신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이상 감지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자기 보호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 생리 작용이 우리의 신체를 조금씩 좀먹고 있다. 그것이 유용성의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신호를 인지하는 능력을 더 이상 못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p.77

건강의 위험을 초래하는 숨겨진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바로 이 감정 처리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개발할 필요가 있는 능력이다.

p.87

als 환자들의 특징적인 성격은, 자신을 혹독히 몰아붙이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을 부인하는 것이다.

 

p.119

신체의 호르몬계는 감정이 경험되고 해석되는 뇌의 중심부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호르몬 기관과 감정 중심부는 면역계, 신경계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이 네 주체는 별개의 계(시스템)들이지만, 외부의 침입과 체내의 생리적 상황에 발생하는 교란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하나의 단위로 기능하는 슈퍼계이기도 하다.

p.165

심리적인 영향은, 몸의 스트레스 관련 기관들인 신경계, 호르몬 선, 면역계, 감정이 감지되고 처리되는 뇌의 감정 중심부 등을 연결하는 상호 연결 작용을 통하여, 악성 질환 발생에 결정적인 생물학적 기여를 한다.

p.173

다시 말해 질병은 단순히 외부로부터의 공격의 결과물이 아니며, 체내 환경이 교란되기 시작한 취약한 몸의 주인에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p.176

여성의 생식 호르몬들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 호르몬들이 여성의 심리 상태, 그리고 삶의 스트레스에 지극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p.182

체내 환경은 사람들의 삶에 작용하는 스트레스 요인과, 개인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식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

p.246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감정 패턴은, PNI 슈퍼계의 개입과 스트레스로 인한 친염증 분자들의 활성화를 통해 장 내부에 염증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p.258

만성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전두엽 피질과 관련된 조직들이 위험이 존재하는지 예의 주시하며 과잉 경계 상태에 놓인다. 전두엽의 활성화는 개인이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아니며, 그보다는 이미 오래 전에 프로그램된 신경 경로들이 자동적으로 유발하는 결과이다.

p.261

‘장이 뒤틀릴 정도로’ 고통스런 경험을 자주 하게 되면 신경기관이 과민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 트라우마의 결과로, 장에서 뇌로 가는 통증의 전도 현상이 척수 내에서 조정된다. 관련 신경들이 훨씬 약한 자극을 받아도 활동을 시작한다.

p.419

생물심리사회학적 관점에 따르면 개별 인간의 생물학적 상태는, 그 사람의 생체가 평생 동안 주변 환경과 맺어온 상호작용, 즉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신체적 요인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너지 교환 작용을 반영한다.

p.420

스트레스는, 무언가 본질적인 욕구가 거부되고 있다는 위협을 포함하는 어떤 위협이 감지되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몸 안의 균형에 교란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p.421

질병이란 부조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질병은 내부의 부조화가 표출된 것이다.

p.422

“이 병은 내 과거와 현재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와 “앞으로 무엇을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많은 치유 방식들이 무엇이 병을 발생시켰는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이 두 갈래 치유 방식 중 오로지 후자에만 초점을 맞춘다.

p.441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정신적 긴장과 좌절은, 실제의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강박 욕구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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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란 무엇인가 - 하버드대 최고의 심리학 명강의
브라이언 리틀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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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라이언 리틀 교수는 성격과 동기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로 하버드대 인기 교수로 선정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우리가 성격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뒤집고 새로운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이론을 제시한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 스스로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성격과 삶을 바라보고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성격의 자유로운 특성과 개인 목표는 삶의 질을 바꾸기도 하며 인간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저자의 연구와 이론은 성격학이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본인의 강연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 책이라 그런지 독자들에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총 10 챕터로 되어 있으며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놓고 있다. 성격이라고 하면 유형별로 나누어져 있고 선천적이거나 잘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다. MBTI나 여러 가지 심리검사가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을 생각해볼 때 이 책도 성격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제시해주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는 책 같다. 고정적인고 불변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기 쉬운 성격을 우리의 태도와 선택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변적인 요소로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삶을 정해진 틀에 집어넣는 일은 그만큼 우리 삶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특별히 중요하게 꼽는 게 '개인 목표'라는 요소다. 개인 목표란 쉽게 말해 우리들이 일상에서 하고 있거나 또는 하려고 계획하는 것이다. 이는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일 수도 있고, 강제로 떠맡은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매일 억지로 달성해야 하는 것일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의 목표에 따라 스스로가 느끼는 삶의 질도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우리 성격이 그 상황을 바꾸거나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원리를 알게 되면 삶은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들어 이루려는 목표가 확 바뀌게 되는 경험도 있었고 여러가지 고민이 많아서 나에게는 어떤 개인 목표가 있나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아무튼 무조건 목표지향적인 것도 문제지만 목표가 몇가지는 있는 것이 좋을 듯하다.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목표는 개인의 삶을 이끌어가는 중심 추가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독자들이 자신의 성격의 요소를 확인해볼 수 있는 테스트들이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나의 특성에 대해 돌아보고 나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성격 또한 그 부분에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개인 구성개념’이다.

 

 

개인구성개념이란 성격심리학의 용어로 사람에 대한 부분적인 사례 관찰로 한 개인을 구성하는 우리의 행위를 가리킨다. 개인 구성개념이라는 요소를 생각해보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개인 구성 개념으로 타인을 바라보는데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첫인상이 드러내는 진실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개인 구성 개념이다. 남을 판단할 때, '누구는 ~인 성향이 있어' 가 아니라 '내가 ~을 이렇게 파악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 구성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다. 타인을 좁은 시각으로구성하는 사람도 있고 넓은 시각으로 구성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이왕이면 보다 확장된 개인 구성 개념으로 타인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개인 구성 개념이 제한적일수록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예측하고 대처하기가 어려워 불안은 커지고 자유는 줄어든다고 한다. 포용력이 넓다는 의미와도 비슷한 것 같고.

 

 

 

책을 읽으며 사고의 전환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우리가 판단하는 성격이라는 것이 우리의 수동적 관찰이 아니라 능동적 해석의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과 세계에 능동적인 해석자로서 참여하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성격구성 요소가 된다. 저자는 성격을 좀 더 자유를 증진하는 쪽으로 파악하려 한다. 좀 더 자유로운 사람이 개인구성개념, 성격적인 측면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의 사고와 생각은 무궁무진하고 나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변화무쌍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격이라고 칭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내향성 또는 외향성이라 흑백논리로 굳어진 특성으로 나눠 정해진 틀에 집어넣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그걸 알지만 잘 안될 때도 많다. 살다보면 힘든 일이나 사건이 우리앞에 다가오게 되고, 인간은 뭔가 변명거리나 핑계를 찾으려는 성향이 있으니까. 성격은 그 중 가장 사용하기 편리한 기재인 것 같고. 우리는 자신의 성격을 그날의 상황에 맞추기도 하고 우리의 목표나 관심사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자신의 자아를 맞춰가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개인에게 많은 것이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

 

 

sally_special-5

 

 

성격은 원래 하나가 아니라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 속에서 함께 공존한다. 아마 보여지는 나와 내면의 나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이 두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격은 만들어지고 재구성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내가 생각하는 내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격 심리학에서는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의 동기가 여러 차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선천적인 부분, 사회적인 부분도 있고 개인의 필요에 따라 생기는 부분도 있다. 누구나 삶에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전혀 나답지 않은 행동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목표나 필요에 따라 생기는 성격특성을 특별히 자유 특성이라

 

 

부른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는 자유의지가 많이 투입된다고 본다. 그렇게 본다면 내 성격에서 자유의지는 얼마나 될까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타인을 쉽게 규정했다. 물론 때로는 자기 자신까지도 '난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규정하고 당연시하기도 한다. 유형별로 성격을 나누고 그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는 이상하게 여긴다던지 ~답지 않은 성격과 행동이라 여기기도 했다. '성격이란 무엇인가'는 무엇보다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와 타인에게 정확하지 않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타인과 나에 대해서도 얼마나 고정된 존재로만 생각하고 있는 지 반성하게 해준다. 인간은 비록 유전적으로 성격이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황에 따라 이런 저런 성격을 두루 가질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그러니 나를 한정된 시야로 바라볼 필요는 없고 타인에 대해서도 고정 관념을 가질 이유는 없다. 환경에 따라 나 자신이 내 상황을 헤아리듯, 타인의 상황을 헤아리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성격과 장소의 관계라든지, 내 삶을 스스로 얼만큼 조절해야 하는지 등등 성격과 삶의 관계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유용한 것 같다. 평소 성격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 많이 알고 싶었다면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천천히 다시한번 정독하고 싶다.

 

 

 

 

밑줄 북북

 

p.17

사람들이 행동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는가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자료로 증명된 사실 하나는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성격에서

원인을 찾는 반면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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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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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이자 전작인 <파수꾼>을 읽게 되었다. 하퍼리의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으로 하마터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뻔한 작품이었다. 번역 작업도 첩보 시리즈를 방불케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고 할 정도로 요즘 핫한 책이다. 서점가에 아름답게 쌓여진 파란 표지의 파수꾼은 읽고싶을 마음이 저절로 들만큼 매력적이다. 책 디자인도 너무 예쁘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여섯 살 어린아이였던 진 루이스 핀치가 성장한 후 20대의 모습을 담은 내용이 <파수꾼>이라고 한다. 흑인 인권 운동이 한창인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이제 갓 어른의 세계에 접어든 진 루이스는 흑인 인권변호사이자 양심의 파수꾼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신념을 만들어주고 파수꾼 역할을 하던 정의와 같던 아버지의 이같은 모습에 혼란과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분노와 실망을 겪기도 하며 그녀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숙해간다. <앵무새 죽이기>를 먼저 읽지 않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어떤 책을 먼저 읽든 순서는 상관없는 것 같다. 읽고 나니 어른의 모습인 루이스가 어린 시절은 과연 어땠을지 무척 궁금해져서 <앵무새 죽이기>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정의와 신념, 성숙이다.

 

 

정의과 마음의 기준을 지킨다는 것. 쉽게 보이지만 그것을 오랜 시간 지켜나가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평생의 기준이자 원칙이 되어준 아버지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알게 된 후 실망한 진 루이스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누군가 그러라고 해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쉽게 기준을 무너뜨리고 원칙이 바로서지 않을 때일수록 순수하고 올곧은 그녀의 강직함과 신념을 더 믿고 싶다. 줏대있는 삶의 태도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알지만 그녀가 그것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녀의 흑인에 대한 생각, 인종을 떠나 인간을 대하고 바라보는 관점은 지지하고 싶다.

 

 

진 루이스에게는 어린 시절 흑인을 변호하며 자신에게 정의의 기준을 세워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남아 있다. 자신의 삶의 기준이자 버팀목이라고 믿어왔던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파수꾼이 아닌 위선자로. 그녀는 전부였던 세상이 무너지게 되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믿어왔던 것이 부정당하면서 내 세계가 흔들리게 되는 시점.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을 보게 되고 이면을 보고 모든 걸 추측하기도 한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었던 것은 절대로 절대적이지도, 전부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믿고 본 것일뿐이고 실제로 알고 있는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진 루이스가 본 아버지는 진짜 아버지의 모습이었을까? 정의로운 아버지였을 수도 있고 위선자였을 수도 있다. 어쨋든 아이 눈으로 아버지의 전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버지가 변했든 변하지않았든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볼 때 자신의 눈을 전부 믿지 말라는 것을 되새기고 싶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진실이나 사실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고. 모든 것은 주관이 조금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독서 모임에서도 이 책을 읽고 간단하게 얘기를 나눠보았다. 함께 읽은 사람들 모두 이 책을 읽고 나니 <앵무새 죽이기>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하면 각자의 경험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세월이나 환경은 조금씩 바뀌기 마련이고 사람도 변한다. 바뀐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아야 할 원칙들도 있지 않을까? 윤리, 양심의 원칙과 옳음 을 떠나 차별적 인식이 필요한 상황에 따라서는 그것도 용인될 수 있다는 생각. 루이스의 아버지 애티커스를 보며 과연 그의 입장과 상황 속에서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직까지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까지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성숙의 의미도 생각해보게 된다.

 

 

삼촌이 진 루이스에게 했던 말 중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각자의 신념과 양심과 그 기준이 있고 그것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닐까. 진 루이스도 아버지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버지가 보여주고 안내해주는 것들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자신만의 섬을 드러내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알에서 깨어나야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성장하듯, 아버지라는 기존의 세계를 깨고 나올 때 그녀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 루이스의 성장에 맞추어 소설을 읽다보면 데미안도 떠오른다.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났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얼마전 본 영화 셀마도 생각났다. 차별받고 약자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평범한 권리를 가질 수 있기까지의 그 과정들 속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를 알기에 진 루이스의 외침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지금도 어딘가에서는 흑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약자에 대한 정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앵무새 죽이기를 다시 읽어보고 영화도 보고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역시 독서는 읽고난 후 시간을 두고 곱씹어 보는 맛이 제격이니까.

 

 

 

 

 

밑줄 북북

 

p.161

그녀가 전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신뢰했던 유일한 사람이 그녀를 실망시켰다. 그녀가 알았던 사람들 중 <그는 신사입니다, 마음속으로부터 신사입니다>라고 전문가로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대놓고, 흉하게, 파렴치하게 그녀를 배신했다.

 

p.168

진 루이스는 실제로 독립했지만, 뒤에서 받쳐 주고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적 힘이 되어 준 것은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이를 의심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전혀 없었다.

 

p.173

진 루이스가 통찰력을 지녔더라면, 그래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도로 선별적이고 배타적인 세계의 장벽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더라면,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평생 동안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알아채지 못하고 간과한 시각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선천적으로 색맹이란 것을.

 

p.212

무엇이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는 비열한 사람이라고 목청껏 외쳐 알리게 만드는 것일까? 무엇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무정하게 만들고, 생전 입에 담지도 않던 <깜둥이>란 말을 하게 만든 것일까?

 

p.235

내가 지금껏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해 온 모든 것은 그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인데. 똑같은 사람들, 바로 이 사람들. 그러니까 내가 문제인 거야, 그들이 아니야.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p.251

그들은 가난하고, 병에 걸리고, 더러웠으며, 어떤 이들은 게으르고 무능했지만, 내 평생 그들을 무례하게 대하거나, 그들을 경멸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라도 해본 적이 없어. 누군가를 학대하고도 무사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아 본 적이 없어. 그들은 내 세계에 하나의 민족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나도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지 않았어. 사냥을 가면 니그로의 땅에 무단출입하지 않았지. 니그로의 땅이라서가 아니야. 그게 누구의 것이든 다른 사람의 땅에 무단출입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어. 지력이든 재산이든 사회적 위치든, 나보다 처지가 못한 사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배웠지. 그건 니그로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거야. 그 반대는 경멸받아 마땅한 것으로 알았어. 나는 그런 식으로 길러졌어, 흑인 여자와 백인 남자에게.

 

p.252

그러나 그 누군가가 진실에 따라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가 살아온 인생의 가치를 우리가 믿어 왔다면, 그런 그가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그것은 단순히 우리를 경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를 파산시키지.

 

p.254

「아무도 그들을 의식하지 않아. 그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 옆에서, 그들과 함께 먹고, 그들과 같은 버스를 타는데도, 그 누구도 그들을 의식하지 않아. 일부러 의식하려 한다면 모르지만. 크고 뚱뚱한 니그로 사내가 옆자리에 앉아도 나는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그걸 몰라. 그냥 아무도 그걸 의식하지 않아.」

 

p.372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p.372

「네가 우연히 지나치다 네 아버지가 그의 양심에, 즉 너의 양심에 정반대되는 것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하는 것을 봤을 때, 너는 그야말로 견딜 수 없었던 거야. 육체적으로 아팠던 것이지. 네 인생은 생지옥이 되었고, 너는 너 자신을 죽여야만 했는데, 네 아버지가 너를 독립된 실체로서 살아가게 하려고 너를 죽여야만 했던 거야.」

 

p.376

<나는 이 사람들이 행하는 방식이 싫어. 그러니까 나는 이들과 상대하지 않아>라고 말이야. 이것아, 이들과 상대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러지 않으면 너는 절대로 성장하지 못할 거야.

 

p.378

어제 또는 10년 전을 돌이켜 보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기는 언제나 쉬워. 그러나 지금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는 굉장히 어렵지.

 

p.384

친구에게 네가 필요할 때는 친구가 틀렸을 때란다, 진 루이스. 친구가 옳을 때는 네가 필요 없지.

 

p.391

나는 나의 세계가 교란되지 않기 바라면서, 나를 위해 애써 그것을 보존하려 하는 사람을 짓밟고 싶었다. 그와 같은 모든 사람들을 몰아내고 싶어 했다. 그것은 비행기와 같은 듯하다. 그들은 저항력이고 우리는 추진력이어서, 우리는 함께 그것을 날게 만든다. 우리가 너무 많으면 머리가 무겁고, 그들이 너무 많으면 꼬리가 무겁다. 그것은 균형의 문제다. 나는 아빠에게 이길 수 없고, 아빠와 한 편이 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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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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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제목만으로도 감성적인 라이팅 북.

 

 

 사각사각 필사단에 선정이 되어 샘플북을 받아보게 되었어요.

'사각사각'  소리가 마음에 꽂혀버려서 계속 머릿속에 맴돌게 되네요. 요즘엔 자판 두드리는 소리에 익숙하고 휴대폰 문자로 글씨 쓰는 게 더 익숙한 시대라 그런지 글자를 정성들여서 쓰는 시간이 적은 듯 합니다.

 

 

글씨를 써보는 것은 마음에 여유를 찾아주는 것 같아요. 특히 좋은 시나 구절을  필사를 하다보면 그냥 읽고 지나갈 때 몰랐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새로운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여유를 찾고 싶은 현대인이 많아 그런지 컬러링 북이 많이 등장했어요. 캘리그라피도 새롭게 떠오르는 취미활동으로 많은 분들이 하고 있는 활동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감성치유 라이팅북은 캘리그라피와 시집을 결합시킨 신선한 책이에요. 비록 샘플 북이지만 좋아하는 시를 자신만의 색깔로 따라써보면서 시도 익히고 글씨도 써보는 예술 활동도 할 수 있어요.

 

 

 

 

 

 

김용택 시인이 추천한 101개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샘플 북에는 일부분이 실려 있었지만 몇 개의 시만으로도 감성이 촉촉해지는 느낌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김용택 시인을 좋아해서 시집도 몇 권 가지고 있어 더 반가웠어요. 시인께서는 자작 시집뿐 아니라 '김용택 시인이 사랑한 시' 와 같은 추천 시들을 모아 시집을 내시곤 해요. 시 고르시는 안목이 탁훨하셔서 아마 독자분들도 읽고 따라쓰다보면 감수성이 팍팍 느껴지실 것 같아요. 확실히 그냥 시집을 읽을 때보다 필사를 하면서 시를 읽다보니 훨씬 하나하나 꾹꾹 마음에 새겨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따라써보는 시집!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스타일의 시집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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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글씨체로 써본 시들을 올려봅니다. 다양한 글씨체도 연습할 수 있어서 좋네요. 컬러링북과 마찬가지로 라이팅북도 역시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해주는데는 탁훨합니다. 샘플 북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뒤져 다른 시도 한번 적어봤어요.

 

 













 

 

만년필을 사용해서 적어보았는데 책 제목처럼 사각사각 소리가 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힐링효과를 제대로 주네요. 붓펜이나 캘리그라피 펜으로 써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무슨 대단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작은 것이라도 나만의 글씨를 써보고 나름의 예술 활동을 하다보니 여유도 찾고 집중력도 높아지네요. 샘플북인데 너무 만족해서 진짜 책을 사고싶은 마음이 들 정도에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지인들에게 직접 글씨를 써서 선물하거나 커플끼리 주고받아도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들이 주옥 같은 명문이 많아서 계속 생각이 나네요. 캘리그라피도 더 열심히 해보아야겠어요.  나만의 라이팅 북으로 더운 여름을 차분히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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