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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
가보 마테 지음, 류경희 옮김, 정현채 감수 / 김영사 / 2015년 9월
평점 :
스트레스성 만성 위염, 스트레스성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성 두통, 스트레스성 피부염증.
내가 자주 겪어보고 지금도 종종 나를 괴롭히는 중인 증상들이다. 큰 병은 아니라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어느 순간 아픈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돌이켜보면 아마 짧은 기간에 생긴 것도 아니라 매년 차곡차곡 쌓인 스트레스나 제때 풀지 못한 감정과 상처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직업상 감정을 참는 일이 많고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욱’하는 화를 다른 감정으로 돌려 나타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다. 감정싸움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감정노동을 하다보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 많이 들고 쉽게 지친다. 분출되지 못한 감정이나 긴장으로 소화도 잘 안되고 명치가 답답한 느낌으로 제대로 먹지 못해 살도 많이 빠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 되다보니 그 상황 속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몸은 너무나도 빨리 반응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책을 처음 본 순간 나에게 꼭 필요한 책 같았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하루 걸러 아팠던 시간들 때문에 직장 생활뿐 아니라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 경험이 있었기에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스트레스. 아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스트레스와 함께 지낼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고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개개인의 스트레스의 강도를 비교할 수는 없다. 타인에게는 사소하게 보여도 직접 경험하고 받는 본인에게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굉장히 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감정이 어떻게 병이 되는지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어떻게 사람의 몸에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책이다.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 사람들의 경험과 성격, 어린시절, 인간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돌아보며 스트레스가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본다. 적절한 감정컨트롤과 감정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게이버 메이트’는 내과 전문의이자 칼럼니스트로 수많은 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트레스와 질병관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해온 사람이다. 서문에서 밝혔듯,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어떻게 무수히 많은 무의식적 방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질병의 발생을 돕고 있는지 똑똑히 인식하자는 취지가 인상적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여러 환자를 사례별로 소개하고 있고 마지막에 치유를 위한 방법을 간단히소개하고 있다. 사례들은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나도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알고 싶은 부분을 먼저 읽었는데 읽으면서 무척 공감가는 부분도 많아 표시를 많이 해두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암을 비롯해 질병에 얼마나 큰 원인이 될 수 있고, 감정의 작용이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도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며 무섭기도 하며 새로운 결심을 주기도 했다. 지금 나도 질병에 걸릴 확률을 얼마나 높이고 있었는지 반성도 되고 스트레스와 감정을 적절히 처리할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암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되는 위험 요인이 감정, 특히 화와 관련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는 태도라고한다. 화의 억압은 생체에 가해지는 생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매우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하니 섬뜩할 정도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성격의 소유자는 ‘지극히 협동적이고 인내심 많고, 수동적이고, 자기주장이 없고, 순응적인...’ 사람이라고 묘사된다. 겉으로는 강인해보이고 행복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지만, ‘부정적’인 감정들, 특히 화 감정을 억제하거나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특정 성격 유형이 암을 발생시킨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특정한 성격적 특성이 생리적 스트레스를 쉽게 유발시키고 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는 한다. 자신의 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감정표출을 억압하고 무조건 참는 상황을 반복하다보면 그 화가 자신의 체내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책의 사례들을 보면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남에게 지나치게 맞추려고 하는 특성, 모든 것에 완벽함을 추구하고자하는 강박관념, 자기에게 지나치게 혹독하고 고통을 부인하려는 지나친 긍적적인 성격, 아동기의 정서적 박탈이나 결핍 또한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을 억누르면 호르몬, 신경계를 포함한 우리 몸의 여러 시스템에 혼란을 주어 면역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이러한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은 암, 알츠하이머, 루게릭, 천식, 류머티즘, 등 여러 심각한 병이 생기는데 일조하게 된다. 책에는 이를 증명하는 자세한 전문용어들과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미치는 작용 방식을 자세하게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용어와 설명이 일반인에게도 지나치게 어렵지 않아 읽으면서 더욱 이해가 잘 되고 공감이 갈 것이다. 그 동안 한번쯤은 누구나 겪어봤을 증상들을 그 원인과 작용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궁금증도 해소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고가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적신호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화를 억누르고, 자신의 취약성을 부정하고, 강해보이려는 의지가 오히려 우리 병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대신 부정적인 사고를 제시하는데 이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의 상황이나 주변환경, 대인관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자신의 몫을 인정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의미이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정신적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실제의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강박 욕구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나를 더 바라보고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나니 감정 처리 능력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더 명확해졌다. 스트레스에 대범하게 넘기는 태도가 말이 쉽지 하루아침에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격과 기질이 다르듯 사람에 따라 스트레스나 감정 처리가 힘든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나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는 것부터 명확히 인지하고 태도와 사고를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7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정, 인식, 화, 자율, 애착, 주장, 확인이다.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인정하는 자유로운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7가지 방법 외에도 자신만의 스트레스와 쌓인 감정을 제때 해소하는 무엇인가가 각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은 취미나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꼭 있어야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감정은 제때 분출하고 해소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몸으로 터져서 굉장히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큰 병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관련된 질환으로 힘든 경험을 하고 있어서 책을 더욱 자세하게 보았고 절실하게 다가온 책이다.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를 실천에 옮겨서 내 몸의 신호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사랑해주어야겠다.
밑줄 북북
p.64
스트레스 경험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 번째 요소는 신체적이든 정서적이든, 생체가 위협이라고 해석하는 사건이다.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 자극이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두 번째 요소는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처리 시스템이다. 인간의 경우 이 처리 시스템은 뇌다. 마지막 구성 요소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 반응은 감지된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생리적, 행동적 적응 야상들로 구성된다.
p.65
개별 스트레스 사건은 단독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경험되는 사건이지만, 과거를 반향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경험의 강도와 장기적인 영향은, 개인에게 고유한 수많은 요소들에 달려 있다. 우리들 각자에게 스트레스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개인의 기질 문제이고 더 나아가 개인의 내력 문제다.
p.69
스트레스 요인은 “항상성을 교란하기 쉬운 실질적인 위협, 혹은 감지된 위협”이다.
p.73
우리는 신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이상 감지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자기 보호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 생리 작용이 우리의 신체를 조금씩 좀먹고 있다. 그것이 유용성의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신호를 인지하는 능력을 더 이상 못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p.77
건강의 위험을 초래하는 숨겨진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바로 이 감정 처리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개발할 필요가 있는 능력이다.
p.87
als 환자들의 특징적인 성격은, 자신을 혹독히 몰아붙이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을 부인하는 것이다.
p.119
신체의 호르몬계는 감정이 경험되고 해석되는 뇌의 중심부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호르몬 기관과 감정 중심부는 면역계, 신경계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이 네 주체는 별개의 계(시스템)들이지만, 외부의 침입과 체내의 생리적 상황에 발생하는 교란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하나의 단위로 기능하는 슈퍼계이기도 하다.
p.165
심리적인 영향은, 몸의 스트레스 관련 기관들인 신경계, 호르몬 선, 면역계, 감정이 감지되고 처리되는 뇌의 감정 중심부 등을 연결하는 상호 연결 작용을 통하여, 악성 질환 발생에 결정적인 생물학적 기여를 한다.
p.173
다시 말해 질병은 단순히 외부로부터의 공격의 결과물이 아니며, 체내 환경이 교란되기 시작한 취약한 몸의 주인에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p.176
여성의 생식 호르몬들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 호르몬들이 여성의 심리 상태, 그리고 삶의 스트레스에 지극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p.182
체내 환경은 사람들의 삶에 작용하는 스트레스 요인과, 개인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식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
p.246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감정 패턴은, PNI 슈퍼계의 개입과 스트레스로 인한 친염증 분자들의 활성화를 통해 장 내부에 염증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p.258
만성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전두엽 피질과 관련된 조직들이 위험이 존재하는지 예의 주시하며 과잉 경계 상태에 놓인다. 전두엽의 활성화는 개인이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아니며, 그보다는 이미 오래 전에 프로그램된 신경 경로들이 자동적으로 유발하는 결과이다.
p.261
‘장이 뒤틀릴 정도로’ 고통스런 경험을 자주 하게 되면 신경기관이 과민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 트라우마의 결과로, 장에서 뇌로 가는 통증의 전도 현상이 척수 내에서 조정된다. 관련 신경들이 훨씬 약한 자극을 받아도 활동을 시작한다.
p.419
생물심리사회학적 관점에 따르면 개별 인간의 생물학적 상태는, 그 사람의 생체가 평생 동안 주변 환경과 맺어온 상호작용, 즉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신체적 요인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너지 교환 작용을 반영한다.
p.420
스트레스는, 무언가 본질적인 욕구가 거부되고 있다는 위협을 포함하는 어떤 위협이 감지되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몸 안의 균형에 교란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p.421
질병이란 부조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질병은 내부의 부조화가 표출된 것이다.
p.422
“이 병은 내 과거와 현재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와 “앞으로 무엇을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많은 치유 방식들이 무엇이 병을 발생시켰는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이 두 갈래 치유 방식 중 오로지 후자에만 초점을 맞춘다.
p.441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정신적 긴장과 좌절은, 실제의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강박 욕구에서 생겨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