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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20주년 기념판) -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
타라 브랙 지음, 김선주.김정호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3월
평점 :
[독서기록] 받아들임 (W.타라 브렛)
2025-04-20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의 시간 동안, 한 집단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속칭 말하는 '잉여인간' 취급을 당하고, 누군가에게도 방패막이를 받지 못한 채 자리에서 내쳐져본 경험이 있는가?'물으면 많은 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 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말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험은 하지 않으면 좋을 경험이기 대문이다.
나쁜 기억과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이 경험, 나는 해본 적이 있다. 대학 시절과 이십대 시절의 대부분의 기억을 담은 곳에서 '걔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 아닌가요?' 라는 뒷담화와 모함 등이 함께 일어난 질 나쁜 대화에서 그 누구의 편도 받지 못한 채 내쳐지는 경험을 한 뒤로 나는 한동안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내 존재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무너진 상태에서 내가 타인과 동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언제나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수 있다고 오만한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내가 손쉽게 대체가능한 인력이라는 사실을 나는 간과했다. 그래서 나는 그 문제를 계기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2년의 시간을 공허하게 보냈다. 공부하겠다고 책상에 앉아 울고, 자다 깨서 울고 울지 않으면 왜그랬을까, 왜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반문하다 분노에 휩싸여 부들거리며 떨다 못이겨 잠에 취해 지내기도 했다. 내가 없어도 너무나 잘 굴러가는 세상을 보면서 더 오래 앓아 누워있었다. 그 시기 나는 시의 적절한 치유책을 찾지 못했다. 그저 무수히 많은 시간 자고, 또 자고 수선할 수 없는 상황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어찌 저찌 운이 트여 약간의 숨통을 찾을 수 있었고 그 상태에서 새살이 엉성하게 돋았다. 하지만 상처를 긁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다시 마주할 때면 영락없이 살이 터져나가는 듯했다. 날것으로 드러난 생살은 한번씩 발작을 일으키듯 데미지를 입히곤 했다. 그 이후로,나는 언젠가 이 상처에 대한 치유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과정에서 시도해본 많은 방법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간헐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책 읽기와 명상이었다. 더디지만 느리게라도 회복의 가능성을 맛보게 해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달을 시작하면서 읽게 된 <받아들임>, 타라 브렉의 저서를 읽게 되면서 내게 필요한 치유의 방법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이번 독서를 통해 나는 종교에 대한 회의감이나 의무감의 줄다리기를 벌이지 않고, 치료,치유의 방법으로서 접근을 하고 나니 새롭게 알 수 있는 것들 역시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동시에 알 수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지식과는 다르다. 이는 어떤 사건이나 문제에 대한 방점을 다르게 전이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에 국한된 시선은 나를 좀 먹는데, 이 시선의 방향을 틀어서 '전체'로 옮겨주면서 내가 겪은 문제로 인한 상처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에 대한 말을 꺼낸 것은,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지 내가 그릇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 시켜주었다. 또한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굳이 말을 얹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가능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 이후 벌어진 일들과 나를 분리 시키고, 적어도 사건의 발단에서 발발한 일은 나의 잘못이 아님을 인식하도록 도와주웠다.
도서를 읽으면서 엄밀히 말하면 절대 같지 않지만, 왠지 모를 기묘한 기시감을 느끼는 듯한 감상을 주는 사례들을 읽으며 나만 오롯이 상처받은 존재가 아님을 깨달으며 위안을 받았다. 동시에, 다양한 명상법을 소개받으면서 적절한 치유 방법들을 제시 받아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의 다정한 구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론 한 번에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마음에 치유가 필요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책의 내용 역시 아주 쉽다고 말하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책에 나오는 '근본적 수용'과정을 통해서 소위 쉽게 말해 '땅굴을 파는 행위'를 하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도록 도와준다.
책에 나왔던 문구 중,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으로 부터 달아나면 내면이 어둠은 더 커진다.' 라는 문구가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실행하고 '근본적 수용'에 다다르면 치유에 가까워진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에 존재하며,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또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