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마음 -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알면 삶이 쉬워진다
틱낫한 지음, 윤서인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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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명상을 읽고 뒤이어 마음도 읽게 되었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데 그 원리에 대해 배우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다. 책의 부제목에게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알면 삶이 쉬워진다’라고 적혀 있으며 책 표지에 Understanding our Mind라고나무 아래 적어 두기도 했다. 유식불교와 화엄경에 대해 한국사 공부할 때 어렴풋이 들었던 적이 있다. 불교 관련 부분에 대해 배우며 이런 저런 내용을 들었지만 사실 역사 공부하기에 빠듯했다. 그래서 더 자세히 불교 교리나 수행 등에 대해 더욱 파고들기란 어렵다고 판단해서 빠르게 책을 닫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렇게 지나가듯 들었던 유식불교와 화엄경을 이번 책을 읽으면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서문과 환영의 말을 지나면 책의 목차 이전에 식의 성질에 관한 오십 게송이 먼저 쓰여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낯설고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다. 아뢰야식, 종자,삼계(욕계,색계,무색계), 성경, 대질경과 독영경, 말나식 등 도대체 감히 추측할 수 없는 뜻을 가진 것만 같은 말들이 나와서 사실 진입장벽이 조금 높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눈으로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소리내어 읽어보니 차라리 더 나았다. 반복해서 읽어보니 낯섦으로 인한 거부감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본격적으로 목차를 읽고 책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제47송, 제49송을 읽을 때 뭔가 마음에 깔깔하다 걸려있던 것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속에 과거와 미래가 있고, 이 순간을 경험하는 방식 속에 변화의 비결이 있다/ 태어나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다, 집착할 것도 없고 내려놓을 것도 없다 윤회가 곧 열반이며 증득할 것이 없다. 이 두 게송은 정말 여러번 읽게 됐다. 제47송의 경우 틱낫한 스님의 명상을 읽을 때 어렴풋이 느꼈던 ‘지금 여기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의 중요성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49송을 읽으니 내가 생각한 윤회와 열반의 개념이 잘못되었구나, 아차 싶은 마음에 여러번 읽게 되었다. 이렇게 오십게송을 몇차례 읽어보고 책 목차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이 책을 읽는데 좀 더 수월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라 낯선 표현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부분들이 각 꼭지 전에 나와있었다. 그래서 본 장과 세부 목차로 이동할때 허들이 조금 낮아진 기분이 들었다. 우리 마음의 여덟가지 측면인 식이라던가, 아뢰야식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차근 차근 설명해주고 그와 관련된 게송들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책은 구성되어있다. (자꾸 언급하는 아뢰야식에 대해 궁금하실까봐 책 내용을 바탕으로 조금 살을 붙이자면 종자 그 자체이자, 우리 경험의 모든 것을 종자로 저장하고 보존하고 개념이자 ‘말나식’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되어 ‘자아로 오인되어 집착의 대상’이 되는 것 을 말한다.) 물론 각 게송이 적혀 있고 자세히 풀어서 적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여러번 읽어보고 곱씹어보다 밑줄까지 그어서 다시 읽어보아야지 이런 뜻인가 싶어하면서 책장을 넘기긴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마음의 부담을 지우는 지우개가 작동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는 것이다. 마음이 점점 편안하지는 것을 느끼면서 다음 게송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하고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알 수 있는 것이 계속 궁금해서 책 페이지가 제법 잘 넘어갔다.

아무래도 일상에서 번뇌와 괴로움,분노, 슬픔들을 더 잘 느껴서 인지 제45게송의 알아차림이 좀 크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이 게송이 마치 시처럼 느껴졌다. ‘햇빛이 비칠 때 모든 초목이 자란다. 알아차림이 비칠 때 모든 심사가 바뀐다.’ 이걸 읽으면서 햇빛과 알아차림이 무얼 자라게 할 수 있기에 모든 심사가 바뀔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빛과 알아차림이 어떻게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지도 들었고 알아차림만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계속 의문이 들었다.숨을 들이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면, 더이상 우리가 그것을 억압하지 않고 포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어려웠는데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미간의 주름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깨닫는 바가 많아서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순간 내가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특히 책의 후반부(332-333쪽)에 어떤 것도 증득할 필요가 없다.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 자신이 이미 그것이다 라는 말과 삼해탈문 중 무원해탈문이 와닿았다. 우리 안에 이미 온 우주가 있다 고 말하는 부분에서 뭔가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지난 번 명상을 읽을 때도 정말 좋았지만, 이번 마음을 읽으면서 위대한 고승이 남긴 배움의 총서를 읽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얻을 수 있는 일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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