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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대화 - 그리스도교 관상의 길
토머스 키팅 지음, 이청준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2월
평점 :
대답할 줄 몰라서 침묵을 지키는 자가 있는가 하면
말할 때를 알고 있어서 침묵을 지키는 이도 있다. (집회서 20:6)
일반적으로 ‘기도’란 단어에는 ‘간절함’과 ‘소망’, ‘안녕’ 등이 내포되어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든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든 우리는 ‘기도’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톨릭 신앙 안에서 ‘기도’라는 것이 무엇이며, 이 ‘기도’의 방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간단치 않다.
토마스 키딩 신부의 [침묵의 대화]는 바로 ‘기도’에 관한 것이며, 더 정확하게는 ‘관상기도’와 이에 이르기 위한 ‘향심기도’의 구체적 방법을 우리에게 안내하고 있다. 가톨릭 굿뉴스(https://home.catholic.or.kr)에서 검색을 해보면 ‘향심기도의 이해’라는 글이 있다. 여기에는 ‘향심기도’라는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옛 전통을 새로운 감각에 맞게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시킨 관상기도의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상기도’란 무엇인가? 역시 위의 글에 따르면, 이는 “하느님과의 만남, 대화”이며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몰입을 지향하는 기도”를 관상기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이 기도는 일반 평신도의 영역이 아닌 “특별한 은총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풍조”로 까지 나아가게 된다. 바로 이처럼 평신도들의 신앙생활이 영성이나 관상기도와는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도는 하느님과 관계”라는 점을 바탕으로 향심기도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토마스 키딩 신부의 [침묵의 대화」이다.
이 책 첫머리에서 향심기도는 “인간 조건의 현주소를 정확히 제시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 말은 곧 앞서 언급한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이뤄지는 기도의 본질이 향심기도에도 관통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생활이 곧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 위한 기나긴 여정이라고 할 때 향심기도는 그러한 여정을 함께하는 빛이자 신호라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향심기도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의 진폭과 그 뒤에 나타나는 고요와 일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요컨대, 앞서 언급했듯 향심기도는 “나의 중심으로 들어가 거기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관상기도”에서 바로 나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는 기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토마스 키딩 신부가 강조하듯이 거짓된 자아에 참된 자아로 나가는 과정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온전히 감각에 의존하여 나가는 것과 같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침묵’ 그리고 ‘대화’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침묵’은 그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 아닌 내 안의 자아를 ‘거짓’과 ‘참’를 분리하기 위해 보이지 하나의 장치이자 도구이며, 더 나아가서는 ‘침묵’ 그 자체가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의 제목처럼 ‘침묵의 대화’는 곧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이뤄지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이 책 말미에는 부록을 통해 제1장부터 제3장에서 다루고 있는 인간의 거짓 자아의 활동을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반응 방식으로 구분해 놓았는데,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점검하면서 무엇에 현혹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집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향심기도(관상에 이르는 길)로써 영적 여정을 진진하게 시작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께 대한 응답을 포함한 역동적 과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본문 2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