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 - 그리스도인의 묵상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지음, 서명옥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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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의견과 슬기를 올바로 갖추고 그분의 신비를 묵상하리라. (집회서 39:7)

 

우리는 미사 참례 때마다 복음 말씀을 듣고 짧은 묵상을 하곤 한다. 때론 이 짧은 시간을 그저 침묵으로 보내기도 하고, 복음 말씀을 떠올리면서 잠시나마 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한다. ‘묵상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감고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거나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톨릭 신자에게 묵상은 과연 무엇을 위함일까? 묵상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기도해야 하는가?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는 바로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는 이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어준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묵상에 관한 책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묵상을 해야하는지를 일깨워 영성적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다만 조금은 긴 호흡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갈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이 책에서 다루는 묵상은 내용적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더 깊고 또 그 속에서 우리가 놓쳐왔던 것들을 하나 하나 짚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발타사르 신부님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크게 침묵’, ‘경청’, 그리고 순종이라는 묵상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침묵은 그저 말하지 않는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침묵이라는 보따리를 풀어헤치면 그 속에는 예수님과의 교감을 통해 영적인 내면의 닫힌 문이 열리는 상태가 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비로소 주님의 말씀을 경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비로소 삼위일체이신 성부, 성자, 성령과의 일치를 이루게 되며, 이 일치는 곧 우리가 주님께 순종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성모 마리아가 바로 이러한 묵상과 관상의 원형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를 수태하는 과정은 완전한 내맡김이며, 이를 통해 모든 것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치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성모님의 수태와 아기 예수의 탄생, 그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는 그 여정에 성모님은 언제나 주님과의 일치를 향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발타사르 신부님이 강조하듯이 그리스도교 묵상은 개인적 영성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으며 교회적 차원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묵상은 로부터 시작하였다 하더라도 결국은 우리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갖게 되며, 이는 곧 개인의 경계와 교회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발타사르 신부님은 “‘사랑으로 이르기 위한묵상이며, 이는 크게 다음과 같은 네 단계를 거친다고 강조한다. 첫째 단계는 자신의 세속적 존재를 아주 광범위하고 널리 드러내는 모든 것은 순수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단계이다. 둘째 단계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더 깊이 숙고하게 되는 단계이다. 셋째 단계는 이 모든 것이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는 세상의 현존과 그것의 모든 가치를 그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는 법을 배우는 단계이다.

 

묵상은 믿음에 대한 깨달음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하느님의 말씀의 광대함을 깨달는 시간이며, 이를 통해 내 자신의 내면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읽은 󰡔사막 교부들의 금언󰡕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침묵경청은 초대교회의 신앙에서 이른바 사막의 교부로 일컬어지는 수도자들이 가장 중요시했던 덕목이었다. 이들 중에는 침묵을 지키는 법을 깨우칠 때까지 입에 돌을 물고 살았던 이도 있을 만큼 그 무엇보다도 침묵을 중시했다. 그것은 침묵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듣기 위함이었고, 하느님 말씀을 경청한다는 것은 곧 순종하며 일치의 길을 가기 위한 수행이자 여정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을 우리는 경청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교의 묵상은 그저 침묵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깨닫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님은 멀리 계시지 않고 아주 가까이 계신다. 마치 우리가 길을 걷다 돌아서는 모퉁이에서 마주치는 분이 바로 주님이신 것이다.

 

그리스도교 묵상은 예수님의 말씀뿐 아니라 그분의 모든 상황과 행위 안에서

하느님의 상황과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있는 것이다. (본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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