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 최초 공식 전기
도메니코 아가소 지음, 이재협 외 3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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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 모퉁잇돌을 놓았느냐? (38:6)

 

 

인류의 역사를 가장 극단적으로 압축한다면 전쟁평화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그 참혹함을 끝내려는 노력은 어김없이 평화를 지향한다. 그런 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길고 긴 전쟁속에서 얻는 짧은 평화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길고 긴 전쟁 중에서도 무려 30년을 지속했던 참혹한 전쟁이 있었다. 바로 종교전쟁(1618-1648)’으로도 알려진 중세 유럽에서 벌어졌던 전쟁이 그것이다. 이 전쟁은 잘 알려져 있듯이 로마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간의 갈등에 비롯되었고, 그 전쟁은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끝맺을 수 있었다. 당시 유럽 사회를 지배했던 가톨릭교회의 막대한 영향은 이 전쟁을 계기로 급속히 약해졌고, 이른바 종교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전쟁은 가톨릭교회가 오늘날까지 지속될 수 있는 근본적인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요컨대 가톨릭교회가 다시 인류의 평화에 진지한 물음에 답을 구하고자 노력하고, 또 실제로 그를 통해 하느님과의 일치를 모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세속적인 권력이 아닌 세상의 평화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는데 교회가 제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이었다. 이때 이후로 가톨릭교회는 전쟁의 중심에서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찾는데 인류가 진심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또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가톨릭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반목은 전쟁이라는 처절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2025년 현재,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고,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갈등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콘클라베를 통해 새로이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스스로를 레오14로 명명하고 첫 인사말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고 외쳤다. 그의 인사말이 의례적인 종교적 인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바로 작금의 세계 정세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레오14세 교황의 첫 일성인 평화가 단지 세상에 모든 전쟁을 끝내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화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차별 없는 것이며, 그를 통해 하느님의 뜻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교황에게 주어진 힘은 과거 중세 시대까지 세상을 지배했던 현실적인 권력에 비할 수 없겠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만큼 지대하다. 그러나 그 힘은 과거처럼 세속적인 권력보다는 세상의 평화를 이룰 있도록 하는 근간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교황이 탄생할 때마다 그분이 걸어갈 교회의 여정에 어떻게 우리가 조응해 나갈 그것인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교황은 콘클라베를 통해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선출하지만, 선출된 교황은 바로 하느님의 뜻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우리는 왜 레오14세가 교황으로 선출되었는가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오14세의 전기가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출간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이런 물음의 답을 찾는데 매우 소중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을 헤치고 나온 우리에게 전임 교황이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은 크나 큰 상실감을 주었지만, 그의 뒤를 이은 레오14세 교황은 다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하시기 직전인 2025418일에 2024년에 이어 묵상을 통해 직접 작성한 기도문으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거행하였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말씀이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이 기도문은 세상의 회심을 위한 교회의 기도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새로운 길은 이제 새로운 교황 레오14세와 우리들이 열어가야 한다.

 

성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퉁잇돌로 표현한다. 여기서 모퉁잇돌은 눈에 띄는 두드러진 돌은 아니지만 건축물에서는 가장 기초를 이루는 돌을 의미한다. 레오14세의 전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평화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그의 전기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방향성은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이 세상의 모퉁잇돌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감히 레오14세의 교황 선출의 의미를 함부로 재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 이 세상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리라는 것이다.


* 이 책은 '가톨릭출판사'로 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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