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테리 이글턴 지음, 정영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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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신청한 도서다. 나는 비극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비극이라는 결과물이 생기기까지 여러가지 시대와 사회적 환경이 맞물려 보여지기 때문이다. 개인과 그가 만들어낸 환경의 탓으로 돌리기에 비극은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고맙게도 이 책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비극을 아주 광범위하면서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 테리 이글턴은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이자 문학 평론가다. 책의 내용에서 그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문학과 정치, 철학, 연극등 다채로운 프리즘을 통해 비극을 탐구한다. 긴 시대를 다분야에서 바라보면서 역사적 과도기와 비극의 연관성이 생각보다 더 촘촘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정치와 삶은 인과 관계처럼 붙어 있었다. 보여지는 형태가 양면성이라 다르게 보일뿐이지 거울 속의 나처럼 같은 맥락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비극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역사적인 실체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재미있는 점은 한 시대가 끝나면 비극도 죽음을 맞이 하는 것 같지만, 긴 세월에도 해결되지 않은 핵심 문제가 이 후에 다른 시대에서도 비슷한 성격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근대가 빚어 놓은 참담한 현실 속에서 삶에 밀착하여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비극들이 어떤 문제에서 시작 되는지 그 핵심문제가 무엇인지에서부터 비극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겠다. 책에서 저자는 핵심 문제들을 나름으로 정하고 철학 미학, 종교 등 다양한 렌즈로 바라보고 연결시킨다.

원래 삶은 양가적인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진실은 삶의 좋은 면 보다 고통스러운면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비극은 죽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유심히 잘 들여다볼 때 의외로 단단한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자꾸 어긋나려는 방향을 잡아 줄 수도 있다. 나에게 비극은 고통과 정신적 노력을 수반한 삶의 깨달음 같은 것인데, <비극>을 읽으며 같은 생각이 들어 기쁨도 느꼈다. 읽기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한 줄 한 줄 시간을 들여 깊게 사유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속에 보여지는 내밀한 문제들도 계속해서 떠올라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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