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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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나는 제주로 향하는 배에 있었다. 고2가 되면 떠나던 수학여행, 우리 역시 제주를 향하고 있었다. 그 때 내 기억은 굉장히 단편적이다. 다른 학교를 다니던 첫 사랑과 나는 하루 차이로 제주로 수학여행을 갔고, 우연히라도 마주치길 바라면 서로 기대감에 차있었다. 우연히 마주치지도 않았고, 수학여행 중 같은 반 친구가 마음이 통했나보다. 그렇게 수학여행 중 이별을 했던 것이 너무 강렬해서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2014년 4월의 나는 분식집에 앉아 난생 처음 혼밥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 전 한해를 대인기피증으로 보내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참이었다. 1월은 운전면허를 따고, 3월에는 학원을 알아봤으며, 4월에는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종일 이어지는 수업 탓에 혼자 밥을 먹게 됐던 것이다. 조용한 분식집 구석에 앉아 음식을 시켜둔 후 켜져있는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타인과의 눈맞춤조차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때, 속보가 흘러나왔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배가 침몰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전원 구조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식사를 하고 학원으로 돌아와서 수업을 듣는 중 인터넷 속보는 계속 바뀌었다. 전원 구조가 오보였고, 에어포켓의 확률이나 생존확률등을 앞다투어 내보냈다. 배 주변을 맴도는 보트와 헬기, 그리고 점차 까맣게 변하는 바다를 보며 집에 돌아왔었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멈추어 있는 누군가가 있음에도, 우린 기어코 살아내고 있다. 그래도 기억속에서나마 함께 자라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가족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REMEMBER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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