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을 읽었다면누구라도 이 작품을 읽고 그것을 떠올리게 될 듯하다.나는 스승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늘어지는 부분이나 억지스러운 부분없이 구성이 매우 탄탄하다.무엇보다 그간 접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가장 으시시하고 심장이 쫄깃했다.⠀이번 작품에는 에르퀼 푸아로도, 미스 마플도 등장하지 않는다.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죄를 구성하고 그 자신도 거대한 살인 사건의 일부로 포함시킨다는 면에서 새롭다.⠀한 오만하고 자의식 충만한 사람의 그릇된 욕망이 11명의 죽음을 가져왔다.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그는 병이 들어 어차피 곧 죽을 몸이다.그참에 본인의 오랜 욕망을 실현하고자 법으로는 증거 부족으로 단죄할 수 없는 사람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죽인다.물론 그곳에 모인 사람 10명 모두 양심과 그에 따르는 무거운 죄책감 면에서 모두 잘못이 있다.그러나 누가 그에게 심판자 역할을 주었는가.⠀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을 읽고도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고 그 죄는 벌을 받아야 한다.죄를 짓고도 빠져나간다는 것은 그 사람 자체가 교활하고 악한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도덕성에 의지하기 보다는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하고 치밀한 제도가 선행되야 한다.⠀내 관점에서 정의롭지 못하고 확실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내가 임의로 살인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나도 살인을 했으니 나도 죽어버라면 공평한가?문제가 해결되고 사회는 공정해졌는가?그 옛날 의적이 활동했던 시대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누구에게도 살인의 권리와 정당성은 없다.⠀딴 얘기긴 한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 의아했던 것은 한 사람이 죽으면 왜 땅에 묻어주지 않고 그 사람 방에 그대로 눕혀 놓는가… 였다.시신을 그대로 침대에 눕히고 시트로 덮어놓는 것… 으으 생각만 해도 그로테스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