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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지금 대한민국은 EBS연습생 펭수 열풍이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펭수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펭수의 성별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단순히 실제 펭귄이 암수 구별이 어렵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닌 게,
펭수는 자신의 성별에 대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한다. '남자냐, 여자냐'와 같은 성별 이분법적인 관점을 거부하고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꽤 디테일한 부분에서조차 이런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데 펭수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 보통 색깔이나 옷차림으로 구분해 놓은 남녀 표지판 조차 중립적인 펭귄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펭수의 말마따나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뭐가 중요할까. 팬들 역시 펭수는 그냥 '펭수'로 받아들일 뿐이다.
보수적인 교육방송에서 보여준 이런 변화는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서로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됨을 의미한다.
제시카 러브의 그림책 <인어를 믿나요?> 역시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얘기이다.
줄리앙은 인어를 좋아하며, 인어가 되고싶은 소년이다. 인어 분장을 한 줄리앙을 본 할머니는 예쁜 목걸이를 선물해 주고, 줄리앙을 인어들의 행진에 데리고 간다. 인어든 뭐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아이,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기 보다는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Julian Is a Mermaid'이다. 펭수는 '펭수'인것처럼 줄리앙은 역시 자신이 바라는 인어가 자기 자신이다.
할머니의 사랑과 격려를 통해 줄리앙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게 하지 않았을까.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더해진 아름다운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