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친구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2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미가 주인공인 <벅스라이프>(1998) 라는 애니메이션을 아시는지?
이 영화는 개미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들에게 인간의 발자국 한번이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좀 하찮게 여기기도 하고, 쉽게 밟기까지 했던 개미였는데, 그들의 입장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사이다의 그림책 <풀친구>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잔디이다. 잔디가 있는 곳엔 '잔디 밟지 마세요'라는 푯말이 항상 붙어있는 것을 보면 잔디 역시 인간에게 잘 밟힌다는 점에선 개미와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세상물정 모르고 순진한 잔디는 개와 고양이, 민들레, 애기똥풀, 개비름, 소루쟁이 등 어느새 나타난 친구들이 반갑다. 그들과 함께 신나게 놀아볼 생각으로 들뜬 잔디에게 이발을 해 주고, 주스도 주는 또다른 친구가 나타난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친구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작품의 초반부에 자연의 모습을 간직했던 잔디가 후반부에 어떻게 변했는지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자.
인간의 입맛대로 자연을 재단하는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일인지, 게다가 그 목적이 결국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자연파괴 뿐만 아니라 인간중심적인 관점, 경제적인 논리로 파괴하는 많은 것들 등 여러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재기발랄함과 진중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초반에는 재치있는 (예를 들어 똥을 '함께 먹을 간식', 제초제를 '주스' 등으로 표현) 표현, 세련되고 컬러풀한 그림이 우선적으로 돋보인다.
이로 인해 적은 글밥 속에 담겨진 묵직한 메시지는 더 크게 다가오며, 후반부에 독자들은 어떤 먹먹한 감정을 느낄 지도 모른다.
게다가 '풀친구'라는 정겨운 제목은, 오히려 그저 모든 이들을 '친구'로만 여겼던 잔디가 겪게 되는 황당함과 어리둥절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