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 - 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
최준식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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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인생사가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을때 '굿이라도 해야하나' 혹은 '점이라도 보러가야겠다' 라는 말들을 하고는 한다. 물론 나 역시 농담처럼 쉽게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서양인들의 문학이나 문화를 보면 기독교적인 색채가 짙은 것이 종종 느껴지곤 한다. 그들은 오랜 기간을 걸쳐 자연스레 기독교적인 생각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왔음을 알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부분이 유교적인 관습과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역사인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으로 유교가 크게 번성하여 중,의, 예, 효 를 중시하였고 현대 역시 그 큰 틀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우리의 동네 골목 골목 마다 찾을 수 있는 점집이나 무당집, 험한 산을 오르고 올라 치성 내지는 기도를 하는 이들을 볼 수가 있는데 아주 오래전 부터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한 흔히 무속신앙이라 불리는 무교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책을 만났다.

 

책에서는 무속이라는 단어의 부당을 설명하는데 무속의 속 자가 저속하다라는 의미가 짙기때문에 무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미신이라 천대하고 비하되고 왜곡되었다는 저자의 설명에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속이라는 단어의 저속하다라는 표현보다는 사람들과 그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친근한 종교라 불교에서도 일반 사회를 일컫는 말인 속세(俗世)라는 말 처럼 친근한 종교라 무속이라 불리었고 불리어 왔다고 믿고싶은 마음이다.

 

무교에대한 오해와 천대가 한국인들의 근본에 깔려있는 무교를 향한 믿음을 저속하고 촌스러운 것, 무시되는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어느정도 사실일지도 모른다. 무교란 범위가 워낙에 광범위하고 쉽사리 질서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왜곡이 더욱 심화되었고 저자가 지적 하는 것 처럼 자생 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자체적으로 통합의 어려움이 있기에 지금껏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였고 또한 그러기에 한국인들의 근본신앙임에도 무교를 신봉하는 이들이 미신이라 비하를 받은것이 사실일 것이다.

 

저자는 무교에는 많은 문화적 자산이 안겨져 있기에 무교를 복원하여 사회적인 통합과 사회적 성숙을 위한 기틀 아래에에 서게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격변에 대응할 수 있는 정신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민간신앙으로서의 무교의 복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무교를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다른 종교를 빗대어 비하하거나 혹은 저것도 그러한데 이것이 이러한 것 쯤이야 어떻겠느냐 식의 뉘앙스가 무교가 한국인의 근본신앙임을 주장하는 말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너희 나라는 원숭이 골에 달팽이에 무엇 무엇도 먹지 않느냐'

'그럼 우리가 개고기 먹는게 뭐 어때?'하는식의 빈약한 주장으로밖에는 비쳐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개고기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원숭이 골이나 달팽이를 트집잡아서는 기대하는 만큼의 설득력을 이끌어낼 수 없기에 우리에게 개고기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어떤 역사가 있으며 어떤 개고기 문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외려 더 자연스레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닐까말이다.

무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다른 종교의 폐혜를 가지고서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무교가 한국인의 근본신앙임을 더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풀어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조금 더 세밀하고 농도 짙은 무교의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 보다는 무교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궁금증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울릴만한 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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