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브리치 세계사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7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클리퍼드 하퍼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곰브리치세계사를 접하기 전에 이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책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서양미술사 또한 미술전공자들의 미술사 입문서로써, 쉽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편한 문체로 쓰여져 많은 독자들에게 오랜기간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곰브리치가 쓴 세계사 또한 그렇게 편하게 읽힐 거라 생각했고 그 예상은 맞았다.

사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교과과목으로 세계사를 배운다.
고대, 중세, 근세, 근대, 그리고 현대까지 연대기에 맞추어
주요사건들, 그리고 주관식에 나올만한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나 현상들에
초점을 맞추어 배우다 보니, 예를 들어 아비뇽유수라는 단어는 기억나나
그 사건이 배경과 의미는 당연히 기억저편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곰브리치세계사는 그의 손녀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곰브리치가 자기의 부인에게 말하듯 써내려간 덕분에 누군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듯이 편했고 그래서 주요 사건들이 외워야하는 경직된 역사가 아니라,
내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큰 이슈 같아서 이 두꺼운 책을 다 덮고 난 뒤에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또한, 유대인가정에서 태어난 곰브리치가 유대인 민족에 대하여 기술한 부분이나
그의 부모와 그가 거쳐왔던 역사의 큰 사건들, 시간들을 기술하는 부분에서
그의 담담하면서도 핵심을 건드리는 주장,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모습에서 또한번 감탄이 나왔다. 특히 유대미족들이 자발적 고립을 초래했다는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으며, 유럽인들이 지금의 남미를 식민지화하는 과정과
세계대전을 일으켜 무고한 희생을 초래한 점에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세계사라고는 하지만 동양사 중에서도 중국과 일본만 아주 일부분 다루어졌고 이슬람의 역사도 챕터 하나만 할애되어 기술된 부분이 아쉽다. 아무래도 세계사보다는 서양사, 유럽사라고 하는 게 맞을거 같다. 한국사는
당연히 없다. 그래서 좀 서운하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유럽인의 시각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바라본 세계사가 이렇게 적히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이해도 된다. 더욱이 그가 사건을 선별했던 기준이 역사상 대다수의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 것과 지금 우리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했으니,
이 책속의 30여개의 사건들과 기록이 이 기준에 부합하다고 보아진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거대한 파도의 작은 물방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지만
역사라는 거대한 물결속에서 우리의 움직임이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는 말이
우리 후손들에게도 들려주고싶은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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