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소년 닐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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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머니 속 작고 따스한 친구
엄지소년 닐스"

최근 처음 해본 MBTI에서 나는 INFJ란다ㅎㅎ 어린 나는 더더욱 소심하기도 하고, 말도 없었고 잘 울지도 않은 무표정한 아이였는데, 그런 내 안에 뭔가 들썩들썩 마음요동이 치는 떄가 있었으니, 흑백티비로 "삐삐"를 볼 때 였다. 흑백화면이었지만 양갈래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많은 삐삐를 보고있자면 나와는 너무 다른 성격과 이가 다 드러나게 웃는 삐삐의 모습은, 지금으로 치면 너무 닮고 싶은 또래이자 멘토같은 느낌, 그 저돌성과 명랑함, 리더같은 모습에 난 푹 빠졌다.

그러다 어느 새 자라서 나도 어른이 되었고, 다소 늦은 육아로 최근 몇년 사이에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소환된 삐삐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얼마나 반가운지,, 마치 30년동안 소식두절된 옛 친구를 만난 기분!

"엄지소년 닐스"는 그녀의 또다른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전에 나 혼자 먼저 읽어보았다. 함께 읽기 전에 오롯이 이 이야기를 흡수하고 싶었다.

베르틸이 썰렁한 집에서 하루종일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 아빠를 홀로 기다리는 것은 지금 우리는 아이의 안전이나 복지를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 책이 쓰여진 1950년대 스웨덴의 사회상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해진다) 순간순간 아이가 느낄 외로움과 무기력함, 무서움이 느껴져서 너무 애잔했다. 그러다가 닐스가 베르틸에게 나타나주었을떄 얼마나 안도가 되고 감사하던지~! 그리고 그 둘이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은 보는 내내 흐믓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집에 있는 작은 인형소품들도 가져다 주고 싶을 정도였다.

또 하나, 일론 비클란드의 그림인데, 보면 양말의 구멍, 무릎 덧댄 헝겊, 퀼트 이불보까지 세세한 묘사며 따뜻한 색감, 그림속 아이들의 몸은 정말 곧 움직일 듯 동적이고 리듬감있다.

아이들도 그림을 보면서 "양말에 빵구났다!"고 웃었다. 침대 아래 구멍은 서로 보겠다고 머리를 들이민다.

큰 애는 많이 감성적인 면이 있는데 첫 도입부에서 베르틸의 누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베르틸의 엄마가 하루종일 혼자 집에 있는 베르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문장에서 큰 애가 눈을 깜빡깜빡,, 고개를 숙이며 연신 끄덕인다(이 행동은 눈물이 왈칵 하기 직전의 어진이 행동인데,, 눈물이 나오려는걸 참으려는 듯.. )그런 어진이를 보자니 아이들이 더 많이 공감하는구나 싶다.

올해는 아니지만 곧 워킹맘으로 돌아갈 나에게는, 엄마, 아빠가 없는 부재의 시간을 할머니와 이모들, 친가에서 채워주시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할지도 모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닐스와 같은 상상속 친구가 있어준다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집 침대밑에도 그런 구멍이 있을거라고 여러번 말했는데 ㅎㅎ 아이들은 '엄마 무슨소리하는거야,,' 하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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