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표지가 익숙한 느낌이라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이 고양이 그림체는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 '백만번산고양이'그림체였다..! 작가를 보니 같은 작가가 맞았다.

어릴적 보고 많이  울었던 기억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약력을 보고 1938년생이라는 것과 2010년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반가워서 삽화속 고양이들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이미 돌아가셨다니...

게다가 그녀의 첫 에세이를 작고하신다음에야 읽다니...기분이 묘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대로'는 사노요코가 40대에 쓴 첫 에세이집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이구나.

그림책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수필가.

마흔이 되어 돌아본 유년시절, 사춘기시절, 대학시절, 유학시절, 출산과 현재까지 추억들을 모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내 추억에 빗대어 멋대로 이 책은 뭔가 위로를 주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내용일거라고 추측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같은 내용일 거라고. 두 분다 전쟁을 겪으셨고 연령대도 비슷하고...

하지만 첫장 '꽃은 아름다운 걸까요'를 보고 아리송해졌다.  전혀 그런내용이 아니네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따분해서 장미꽃을을 입술에 붙였다가 아이들이 웃는 바람에 선생님께 혼난 일.

그는 아이들이 왜 웃었는지 궁금해서 오랜 시간이 흐른뒤 꽃잎을 붙이고 거울을 본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사람에게만 어울린다.'

 가끔 이렇게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내리까는 문장이 종종 등장한다. 무섭게 자신을 파악하고 있는 건지...

일본만의 감성일까...하고 생각하게하는 편도 종종있다. 기묘하면서도 아름답고 뭔가 비틀려있는 듯한.

다만 사노요코는 참 시크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은 내가 잘 알겠다.

 

유학하러 독일로 떠나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 나라는 나를 반기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너무나 독일과 맞지않아서 반년만에 떠나고 만다. 배웅하는 분이 이렇게 기쁘게 떠나는 사람은 처음봤다고 했을 정도로.

눈이 오는 장면이 떠오른다. 산책할 때마다  이웃집 창가에 그림처럼 앉아있던 할머니의 실루엣. 사노요코는 떠나는 순간까지 그녀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한다.

그녀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검은 마음"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던 하숙집 할머니. 검은 마음은 나쁜 마음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검은 사람은 똑같이 마음이 검은 사람을 알아본다고 했던 할머니.

사노요코는 자신은 그 말을 수긍할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고한다.

고작 반년이지만 사노요코가 떠날 때 할머니는 엉엉 울었다고한다.

 

 

그녀는 가난했고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읽어보면 결코 좋은 부모는 아니었다.

엄마는 계모라고 생각할 정도로 쌀쌀맞았고 아빠는 뭐랄까...검은 마음? 상냥하지 않았고 그녀를 무시했던 것같다.

그러나 내가 행복한 유년시절은 아니었을거야, 라고 감히 단정지을수 있으랴.


항상 같은 옷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녔고 유학을 가고 옆에 있어주던 친구와 결혼을 하고...

아이들 낳고 그 아이가 나중에 늙어서 고독해질 것을 생각하며 엉엉 울기도하고.....

평생을 부지런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그녀의 에세이는 자신의 삶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살짝 불편할 정도로 가감없이 드러냈다.

센 언니나 시크함 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노요코.

 

전쟁을 겪는 일본 어린아이의 당시 생활을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다행이 만화'맨발의 겐'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먹을 것 없는 궁핍한 나날이었다. 

전쟁은 늙은 사람이 하고 고통은 젊은이들이 겪는다는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사노요코가 행복을 처음 자각했을 때는 떡을 배터지게 먹었을 때.

나는 언제였을까.

아마 서점에서 엄마가 아즈카반의 죄수까지나온 해리포터를 전권 사줘서 마법사의 돌 상편을 읽었을 때 같다.

너무너무 재밌는데 아직도 더 읽을 시리즈가 저렇게 많다니!


사노요코에 대해서 그녀가 낸 '백만번 산 고양이'라는 작품밖에 몰랐었는데

에세이'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대로'를 읽으니 살아계셨다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혼자 맘속에서 내맘대로 친해져서 술도 먹고 베프도 맺었는데 그사람을 영영 볼 수 없다니. 

죽은지 오래된 작가들의 책들을 읽었지만 에세이는 잘 읽지 않았더니 유독 여운이 남고 아쉬운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