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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가 하나 있다.
이 상자는 작은 칸들로
나누어져 있고 각 칸마다 모든 경험이 저장되어 있지만,
경험들이 일어나는 장소나 순서에 규칙 같은 건 없다.
한 쌍의 엘리베이터가 이
모든 칸을 연결한다.
그렇다, 이 상자는
건물이다.
아파트 건물, 세빌온 록시.

어항을 뜻하는 피시보울. 아파트 거주민중 한 명인 코너의 애완 금붕어 이언이 살고있는 어항이다.
그 곳을 탈출한 금붕어,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 바람둥이,
음란한 전화로 생계를 유지하는 은둔형 외톨이,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건물
관리인,
혈혈 단신 출산을 겪게 된 여자, 시간여행을 하고 곧잘 기억을 잃는 소년, 비밀을 간직한 공사장
인부 등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번갈아 등장한다.
공통점은 세빌 온 록시의 주민이라는 것.
한 챕터마다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며칠 동안 찔끔찔끔 읽어온 나에게 약간의 혼돈을 주었다.
인물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챕터도 짤막하게 50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들만 하면 챕터가 끝나버려 또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거주민들의 삶이 서로 얼기설기 연관되어 조화를 이룬다.
마치 독방 한 칸에 한 명씩 들어가 있던 주민들이 문을 열고 나와 서로 안면을 익히고 어울리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첫 챕터에서 금붕어 이언의 영화 '니모를 찾아서' 같은 유쾌한 모험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언은 지나가 버리고 작가는 카메라를 돌려버린다.
하나하나 독특한 인물들이고 매력이 넘친다. 그렇지만 있을 법하다.
세빌 온 록시라는 아파트가 실재하고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생활을 즐기고 있을 것만 같다.
약 370페이지의 책에서 일어나는 기적은 금붕어 이언이 고층에서 떨어져 추락하기 까지의 단 4초만에 이루어진다.
폭죽처럼 터지는 샴페인과 실컷 땀을 흘린 듯한 카타르시스, 그런 행복감은 그 순간 절정에 이른다.
누구에겐 해피엔딩, 새드엔딩, 노멀엔딩일 수도 있지만 각자 나름의 깨닳음의 감정을 안고 끝난다.
정신없이 감독이 시점을 바꿔가며 달려온 피시볼은 유쾌함을 간직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대사를 툭툭 내뱉어 독자를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나와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인물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초라한 아파트 건물일 뿐인데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벌어졌는지! 인생의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순간을
독자는 목격했지만
정작 세빌온 록시 주민들은 모를 것이다.
이 작은 기적을 간직하며, 심심할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