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프랑스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프랑스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있는데 이 책도 그런 작품이다.

​소소하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초반부의 괴팍하고 고집불통인 페르디낭 할아버지의 행동을 보자니 예전에 봤던 어떤 작품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기억 날 듯 말 듯.... 픽사의 'UP!'에서 할아버지가 생각났던 것이었다.

양로원에 가기 싫어서 버티는 부분이 겹쳐졌다.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노인들만 사는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웃 주민들에게는 썩 좋지 않은 이웃이지만...특히 아파트 관리인 부인에게는 더욱더.

아내는 바람이나 노년에 이혼하고 딸은 외교관으로 손자와 싱가포르에 있고...

방문객도 전화도 싫어하는 페르디낭은 반려견 데이지와 외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고독을 느끼지 못한다. 집도 더럽고, 음식도 통조림으로 연명하지만......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반려견 데이지가 죽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딸은 그를 양로원에 보내겠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인에게 정기적으로 집을 검사받고 불합격한다면.

​그때 윗층 새로 이사온 어른스러운 여자아이 줄리엣이 그를 방문하면서 조금씩 페르디낭할아버지는 바뀌기 시작한다.


​이웃들에게 연쇄살인범이라고 불리는 그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바뀌어 가는걸 보는건 매우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그를 가만 놔두지 않고 사건이 벌​어지고만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고 만 것이다.

그동안 그가 서툴지만 쌓아왔던 인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

실제로 내 이웃이었다면 치를 떨었을 페르디낭 할아버지도 속마음을 알아보면

​요령과 말재간이 없을 뿐(그리고 괴팍할 뿐) 순박한 사람이다.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소년들을 혼내주기도 하고 이웃할머니와 차를 마시기도하지만,

반평생을 함께 한 아내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 우체부와 바람나 도망가게 한다.

불륜을 정당화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는 조금 후회하고 깨닫게 된다.


거짓말을 할줄 모른다며 새옷을 산 아내에게 살이 쪘다고 직설적으로 말해버리고

아내가 인도에 가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 하자 빈정거린다.

그의 아내는 결국 도망가버렸지만 그는 내심 그녀가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달라진 그는 딸과 손자와의 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죽어버린 아내는 돌이킬 수 없었다.

우편배달부와의 전화통화를 들어보면 아내는 도망간 후 인도에 가서 매우 행복해했다고 한다.

행복을 되찾은 셈이다. 페르디낭도 이제 고독 속에서 벗어나 행복한 황혼을 보낼 수 있을까?

 

페르디낭 할아버지를 따라가 읽자니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잔잔한 웃음,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심술을 부릴 때도 귀여워보였다.

이토록 귀여운 할아버지 그러나 아내와 딸에게는 고통을 줬을, 하지만 속은 나쁘지 않은 할아버지.

이런 현실적이면서 유쾌한 캐릭터를 만든 오렐리 발로뉴작가에게 감사한다.

비록 고령의 할아버지일지라도 어렵지만 언제든 바뀔 기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가까운 나의 가족이 떠올라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웃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람은 바뀔 수 있다.

흉흉한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이 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페르디낭할아버지 너무한거 아니에요>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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