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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온 통조림 ㅣ 동화는 내 친구 83
사토 사토루 지음, 김정화 옮김, 오카모토 준 그림 / 논장 / 2015년 11월
평점 :
제목과 표지만 보고는 우주에서 온 통조림이나리, 방사능이나 무중력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더니만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 일 줄이야.
엄마의 심부름으로 딸기잼을 사러 수퍼마켓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파인애플 통조림.
다른 통조림보다 가볍고 포장도 살짝 다르고, 게다가 그걸 집어든 순간 머리 속으로 이야기가 들려오는 신기한 통조림을 사들고 집으로 온 '나'가 통조림에게 듣게 되는 다섯가지 이야기.
지구를 조사하러 온 외계인(?)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기발하고 재미있고 또한 철학적이다.
일본 전래동화 이야기와 결합된 첫 번째 이야기 '타임머신은 강으로 떨어졌다'는 복숭아동자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일본 아이들에게는 정말 재미있었을 게다. 전래동화와 타임머신의 만남이라니 정말 기발하다.
두 번째 이야기 '다쓰오의 벽장'은 어릴 적에 누구나 가졌던 생각,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인형이 정말 살아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이 살짝 현실이 되는 이야기. 토이 스토리의 원조격이 될 법한 이야기. 정말 잠깐의 시간만 타로와 이야기 할 수 있었지만 그 시간동안 다쓰오는 얼마나 신기하고 기뻤을까.
세 번째 이야기는 '사라진 도둑'. 통조림이 재미있다며 들려준 이야기인만큼 다섯 편의 이야기 중 재미로만 치자면 이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도둑도 아니고 '양상군자'라니, 요즘 아이들은 들어보도 못했을 단어, 책 많이 읽은 어른인 나 조차도 참 오랫만에 듣는 단어. 이런 고전적인 단어가 나오는 이유가 있더라.
아무튼, 욕심을 부린 도둑이 자기가 발명한 작아지는 광선 때문에 골탕을 먹은 이야기.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교훈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네 번째 이야기는 수다쟁이 곰팡이. 이 이야기에서 특이한 점은 수학을 싫어하는 마유미의 이유이다.
뺄셈을 싫어하는 마유미. 25에서 13을 빼면 12가 나오니, 둘이 어느정도 공평해서 괜찮지만 25에서 17을 빼면 억지로 빼앗는 것 같아서 싫고, 145에서 75를 빼려면 143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라서 싫다니. 어디선가 수학을 정말 잘하는 아이는 좋아하는 숫자와 싫어하는 숫자가 있고, 마유미와 비슷한 이유로 사칙연산 중에 싫어하는 것도 있고, 수학 분야에서도 싫어하는 분야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웃어넘겼는데 이 이야기 속의 마유미를 보니 나름 타당한 이유구나 싶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뾰족모자 높은 탑. 철학적인 이야기.
끝을 알 수 없는 높은 탑이 있는데, 아무도 끝까지 올라가보지 못했다는 이야기.
모든 것이 변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과 똑같고, 그 중 단 하나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반대로 그것만 변한 것 처럼 보인다는 것. 머리 속에 댕~ 하고 울리는 듯한 철학적인 이야기.
우리가 우주 끝에 가려는 것은 그 탑 꼭대기에 오르는 것과 비슷할거라는 비유적인 이야기지만 왠지 설득력이 있다.
다섯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지구를 떠나게 된 통조림은 '나'를 딱 한 번 통조림 속 세상으로 초대하고, 초대받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풍경이 통조림 속 세상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통조림은 사라진다.
이야기가 기발하고 재밌는데다 특이해서 작가의 말과 역자의 말을 보니, 아하. 공학을 전공한 작가가 무려 50년쯤 전인 1967년에 쓴 이야기란다.
어쩐지, 양상군자 라는 고전적인 단어가 나오더라. 그렇게 예전에 씌여진 책이 2015년 21세기인 지금 읽어도 고루하거나 낡은 느낌 없이 기발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걸 보니, 사람의 창의력과 기발함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새로움을 안겨주는 힘이 있는게 분명하다.
날라리
음악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