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나들목 여기는 항구
조성은 지음, 송진욱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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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접근법은 다양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례대로 접근하기도 하고, 한 시대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한 아이템을 골라 그 아이템의 역사에 대해 접근하기도 한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우리 나라의 여섯군데 항구를 골라 그 항구에 얽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도서관 분류상 900번대에 들어가야겠지만, 000번대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특이한 책.

 

김해식 토기의 가야 바다, 김해 이야기

처용이 도착한 울산 항구 이야기

청자가 떠난 강진 항구 이야기

고구마의 부산 항구 이야기

군산세관이 들려주는 쌀과 군산 항구 이야기

팔미도 등대의 인천 항구 이야기

 

여섯 곳의 항구와 그 항구에 관련된 물건, 혹은 건물의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돗자리 무늬 토기 조각인 김해식 토기가 들려주는 김해의 이야기는 바로 금관 가야의 이야기이다.

철의 왕국이었던 금관 가야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김해 항구의 이야기와 수로왕의 왕비 허황옥, 중국 화폐인 화천 등과 함께 소개하며 당시의 생활상까지 알려준다.

 

처용이 들려주는 울산 항구 이야기는 일견 낯설다. 처용이 누구인지도 알고, 어느 시대 사람인지도 아는데 경주가 아닌 울산 이라니? 바로 처용이 도착했을거라고 예상되는 곳이 울산 항구이기에, 경주가 아닌 울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병을 쫓는 부적이 된 처용의 이야기와, 처용의 생김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방인들이 자주 들나들었던 당시의 신라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신비로운 비색의 청자기린향로가 들려주는 강진항 이야기. 토기와 도기, 자기를 합쳐 부르는 도자기에 대한 소개와 청자에 대한 소개, 그리고 청자를 사용하던 왕과 귀족들, 청자의 진상경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또, 제주로 가는 길목이었던 강진항이었기에 강진항을 향해 제주에서 출발했다 일본 오키나와까지 표류했던 장한철의 이야기와 조선 시대에 유배되었던 선비들의 이야기까지 실려있ek.

 

네 번째 이야기, 고구마의 이야기는 더욱 파란만장하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고구마가 유럽을 거쳐 필리핀, 중국,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수록하고 있고, 감자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고구마의 원래 이름이 '감저' 였는데 감자에게 이름을 뺏기고 고구마가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군산세관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슬픈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수탈사를 보여준다.

일제시대 일본에 의해 세워진 군산세관, 대한제국에서 돈과 땅을 대고, 설계는 독일 사람이 하고 벨기에에서 수입한 빨간 벽돌로 지어진 군산세관.

세관이 지어지고 신작로가 생기고 항구가 생기고, 조선땅의 쌀을 일본으로 빼앗아가는 일제강점기의 슬픈 현실도 알려준다. 1908년에 세워져 1994년 새 세관이 들어설 때까지 영욕의 세월을 지켜 본 군산세관의 이야기.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단락.

 

마지막 팔미도 등대와 인천 항구 이야기도 가슴이 아프긴 매한가지.

1903년에 일본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세워진 팔미도 등대. 러일 전쟁과 화교들, 그리고 인천 차이나타운, 공화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여섯 장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주인공들을 내세워 아이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게 구성한 작가의 필력이 보통이 아니다.

 

 

날라리

음악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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