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회사 다닌 지 햇수로 4년차 정도 되었을 때, 친한 차장님께서 나에게 스쳐가듯이 말씀해 주셨던 이야기가 있다. “너도 알다시피 회사 다니며 돈 버는 것이 네 밥줄 아니냐. 회사라는 것은 내가 가만히 있고 싶어도 쿡쿡 찌르는 거야. 그러니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되는 거지.” 그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회사 생활의 많은 것을 짧은 문장에 담아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미생]은 바둑용어로 해당 집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애매한 형태를 뜻한다. 바둑용어 미생을 소재로 하여 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를 뜻하는 미생은 방향을 잃고 허둥대는 현대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주인공인 장그래의 불안한 회사에서의 삶과 불안정한 위치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 장그래는 10년동안 바둑을 두었지만 결국은 입단하지 못하고 아는 사람 소개로 종합상사 영업 3팀에 인턴으로 배속된다. 영업3팀에는 오성식 과장이라는 멘토도 있고, 김동식 사원이라는 버디도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인턴에서 계약직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똑똑한 여성인 안영이, 사무직보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는 한석율, 갓난아기를 둔 아빠로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김석호 등등 많은 사람들을 통해 회사라는 곳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인턴들은 입사 후 치러지는 면접시험을 통해 2년계약직 자리를 따 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나왔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보며 회사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하나로 묶여져서 융합된 것이 회사가 아닐까 싶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정말 주는 것도 없이 미운 사람도 있고, 자신을 위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도 얻고 열심히 해도 승진 안 되는 사람,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고 최대한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다양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이었다.    

 

 미생 1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회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업무 요령은 익숙해 질 때까지 시간을 들이는 것이라는 것, 세상은 훨씬 냉정하고 차갑다는 것이었다. 직장인들, 특히 사회 초년생들이 읽으면 도움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 같은 회사원들이 회사를 다니며 겪었던 일들, 느끼는 감정들을 소소하게 잡아낸 작가의 디테일함에 박수를 보낸다. 바둑이야기를 많이 넣었지만 굳이 바둑의 규칙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부담감이 없었다.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바둑 이야기가 곁가지로 나오는데, 회사에서의 상황과 잘 어우러지면서 회사와 바둑 두 가지를 하나로 융합하는 작가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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