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현대 문학선 33
황순원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황순원 작가님 작품은 중학교 때 읽어봤던 것 같다. 중학교 때에는 국어교과서에 있는 [소나기]를 읽었고 고등학교 때에는 []을 읽어보았다. 그때는 소설의 배경, 시점, 특징, 주제를 달달 암기하며 배웠기에 문학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별로 안 되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내 삶과 적용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읽어본 책이기에 예전에 수능 공부하던 기억도 났다.

[] 4장 밖에 안 되는 단편소설이지만 담는 의미는 너무나도 무겁다. 소설은 6/25 전쟁 후에 38선 근처에 살았던 같은 동네 친구였던 성삼이와 덕재가 만나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남쪽 치안대장이 된 성삼이가 북쪽 농민 부위원장이 되어 죄수로 잡혀온 덕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성삼이가 덕재를 끌고 가면서 어렸을 적 추억 이야기를 하고 덕재가 단지 자신의 의사나 이념과 관계없이 어쩔 수 없이 농민부위원장이 된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예전에 같이 학을 잡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학을 몰아오라고 하고 덕재를 풀어주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아팠던 것은 성삼이와 덕재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상을 택해야 했고, 그 사상에 따라 살아야 했던 우리 민족이 떠올라서였다. 공산주의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소련이 우리나라에서 일으킨 6.25 전쟁, 우리 민족은 반으로 갈라져서 어떻게든 한쪽을 지지해야 했고, 같은 민족을 향해 총을 겨누어야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6.25 전쟁 등 수십 년을 냉전 시대를 이끌던 소련이나 미국은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우리들만 동족 상잔의 한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성삼이와 덕재도 그렇게 가슴속에 한을 가지게 된 인물들이지만,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들은 그들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학을 잡으러 다닌 기억을 떠올리는 것, 덕재가 꼬맹이와 결혼하여 임신했다는 것도 추억을 확인함으로써 그 둘은 경찰과 죄수가 아니라 둘도 없는 친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성삼이가 덕재를 풀어주는 계기도 된다. 그 우정은 ‘단정학’이라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념이든, 그 밖의 상황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를 가둬버리는 사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랑, 우정 등의 인본적인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 아닐까 소심하게 생각해 본다.

황순원작가님 소설이 너무 좋은 건, 단편소설이더라도 그 안에 담는 의미도 많고,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서 깨닫는 바가 많아서 일 것이라 생각한다. 가슴에 울림이 있는 소설이랄까,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통일도 민족간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황순원 작가님은 문학으로 표현하신 것 같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뜻깊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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