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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 부차트 가든의 한국인 정원사 이야기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라는 제목을 봤을때, 다니기 좋은 직장, 만족도를 느끼는 회사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책표지를 보고서 ‘내가 생각한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정원 이야기가 있고, 아름다운 식물이야기가 있는 감동이 있는 책이라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는 우리나라에서 살다가 캐나다 빅토리아로 이민을 가서 부차트가든의 정원사로 일하는 작가 이야기이다. 네이버로 검색해 보았더니, 부차트 가든은 우리에게 낯설은 곳이지만 세계적인 식물원으로 원래는 석회암을 채굴하던 채굴장이었다고 한다. 시멘트 사업을 하던 부차트의 아내가 선큰가든(sunken garden)을 만들었으며, 그 이후로 장미정원, 일본정원, 이탈리아정원 등이 만들어졌다. 나는 잘 상상이 안가서 예전에 태국여행때 갔었던 파타야의 농눅빌리지를 떠올리며 상상을 해보았다.
책은 1부 정원사의 하루, 2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 주로 꽃 이야기가 많은데 예쁜 부차트가든 사진, 꽃에 대한 설명과 부차트가든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 그리고 꽃을 보며 느끼는 개인적인 감상 등이 있다.
꽃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결국은 꽃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책에서도 꽃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야기 안에는 신안에서 태어나 목포로 유학간 이야기, 대학을 다닌 이야기, 영국에서 유학갔던 이야기, 한국에서 회사원으로 일한 이야기, 캐나다에 이민가서 있었던 이야기, 캐나다 문화 이야기가 적절히 섞여있다. 그것이 하나의 용광로(melting pot)처럼 녹아있는 것이 아니라 모자이크처럼 있어서 작가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꽃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자세, 그 글에서 나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히말라야에서 자생하던 블루포피가 대륙을 건너고 바닷길을 달려 영국에서 싹을 틔웠다. 그리고 다시 이 좁쌀처럼 작은 씨앗이 대서양을 건넜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든, 그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는 블루포피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너도 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다시 태평양을 건너서 이곳에 왔잖아. 나처럼 너도 항상 좋은 기품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았으면 해.” (p.168)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나에게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마 인생을 따뜻하게 살고 열심히 사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비쳐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기에 이 책이 더 재미있었고, 나에게 가드닝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것이 아닐까? 앞으로 집에다 에쁜 화초 기르면서 예쁘게 식물과 교감하고, 식물을 통해 내 상처를 치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